국제우주정거장에서 사상 첫 장편영화, 감독과 배우 탑승 소유즈 우주선 발사

[러시아]

심장질환 우주비행사 치료 여의사 스토리
가가린 우주센터서 4달간 혹독 적응 훈련
국영방송 제작…“우주강국 면모 과시 홍보”

러시아가 5일 사상 최초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첫 장편영화 촬영을 위해 우주선을 쏘아올렸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이날 오전 11시 55분 소유즈 MS-19 우주선을 카자흐스탄에 있는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했다. 우주여행 경쟁을 의식해서인지 이날 발사 모습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발사된 소유즈 우주선은 발사 후 3시간 27분 동안 지구를 두 바퀴 도는 비행을 한 뒤 ISS의 러시아 모듈에 도킹했다. 도킹은 당초 자동 시스템으로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서 우주비행사의 수동 조작으로 성공했다.

우주비행사 안톤 슈카플레로프(49)와 영화 ‘도전’(가제)의 감독인 클림 쉬펜코(38), 여배우인 율리야 페레실드(37)가 이 우주선에 몸을 실었다. 쉬펜코와 페레실드는 12일 동안 ISS에 머물며 영화를 촬영한 뒤 오는 17일 귀환한다.

로스코스모스는 러시아 국영 TV 방송 제1채널 등과 함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장편 영화의 제작을 공동 기획, 진행해 왔다. 영화는 심장질환을 겪는 우주비행사를 구하기 위한 여자 외과의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쉬펜코는 영화 가운데 35∼40분 분량을 우주공간에서 촬영할 예정이다.

주연을 맡은 여배우 페레실드는 영화 ‘1941:세바스토폴 상륙작전’ ‘스나이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프로빈스’ 등에 출연한 바 있다. 이번에 발사된 우주선의 비행사 슈카플레로프도 영화에 특별 출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에서 제작되는 만큼 쉬펜코 감독과 페레실드는 지난 5월부터 모스크바 근처 ‘가가린 우주인 훈련 센터’ 등에서 비행 및 적응 훈련을 받았다.

무중력상태에서 음식을 먹거나 화장실을 사용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혹독한 훈련을 거친 페레실드는 지난 4일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체력과 심리적인 면에서 매우 힘들었다고 토로하면서도 영화 촬영을 “믿을 수 없는 기회”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쉬펜코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매우 흥분된다면서 우주에서의 조명과 카메라 환경 등을 시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주비행사인 슈카플레로프도 영화에 특별 출연할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와 같은 서방 세계의 부호들이 앞다퉈 우주 개발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이번 영화 촬영을 우주 강국의 명성을 과시하는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콘스탄틴 에른스트 제1채널 대표는 지난 7월 타스에 베이조스 등을 언급하며 우주에서 “러시아의 우위를 되풀이하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5월 미국 배우 겸 영화제작자 톰 크루즈와 ISS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크루즈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우주선을 타고 지난달 18일 지구 궤도 비행에 나섰던 민간인 4명과 우주 경험을 공유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