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다운타운 5번 프리웨이 표지판의 비밀…'진짜'된 길거리 예술가 불법 설치 재조명

[월요화제]

진짜 표지판 너무 작고 눈에 안띄어 추진
실제 표지판과 구분못할 정도 정교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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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교통당국 눈치채기까지 무려 8년 걸려
공소 시효 7년 지나는 바람에 처벌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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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떼어내지 않고 가짜를 진짜로 공식화
"운전자들 안전 보호…진짜 값어치 해냈다" 

한 길거리 예술가가 몰래 설치한 불법 프리웨이 표지판이 20년째 그래로 걸려 있는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 뒤늦게 정부 당국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냈으나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버리는 바람에 떼어내지 않고 그대로 진짜 표지판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이 가짜 표지판이 설치된지 20주년을 맞아 이 예술가의 '업적'(?)이 새롭게 재조명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리처드 앙크롬. 그는 20년전 LA 다운타운 시내 중심부에서 110번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가 5번 북쪽 방향 프리웨이를 지나칠 때마다 5번 프리웨이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선 위가 아닌 갓길 기둥에 설치 돼 있었고, 일반 프리웨이표지판 보다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운전자들이 위험하고 불편함을 겪고있다는 것을 알게된 앙크롬은 문제 해결을 위해 110번 프리웨이 표지판 왼쪽에 5번 프리웨이 표시를 추가한 가짜 표지판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좋은 취지의 표지판 제작이라곤 하지만 발각 시 엄청난 벌금과 징역형이 선고되는 위험이 뒤따랐다.

 ▶어떻게 만들었나
 앙크롬은 비밀 프로젝트 시작에 앞서 기존 표지판의 크기를 측정하고 팬톤 컬러 차트를 통해 정확한 색상을 파악하는 등 캘리포니아 교통국(CalTrans)의 사양을 분석했다.
 특히 제작을 위한 둥근 반사판을 공수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만 앙크롬은 반사판 업체에 영화 소품을 제작 중이라고 꾸며대고 부탁했다. 업체는 제작을 허락했고 표지판을 만드는 것은 의외로 간단했다. 완성품은 실제 교통국 표지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똑같았다.

치밀한 설치 과정
 설치 계획은 매우 치밀하게 추진됐다. 그는 먼저 표지판 주변의 여러 각도에서 설치 과정을 촬영할 친구들을 모았다. 성공할 경우를 대비해 영상을 캡처하기로 한 것이다.
 다음은 표지판을 운반하는 트럭에 가짜 회사 간판을 붙이고 안전모와 형광 주황색 조끼 및 기타 장신구를 구입하여 합법적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또한 만일을 대비해 작업 지시서를 위조했다. 현장에 나간 근로자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긴 머리를 짧게 자르기도 했다. 인근에 트럭을 주차하고 표지판으로 향하던 그와 친구들에게 첫번째 위기가 닥쳤다. 근처에서 작업중이던 교통국 근로자들이 앙크롬 일행을 의심스런 눈초리를 바라 본 것이다. 앙크롬은 당시 그들이 그를 발견했을 때 잡힐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할 정도 였다. 그러나 그들은 앙크롬 일행이 무엇을 위해 거기에 있었는지 보다 이내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한 덕에 위기를 모면했다. 사다리를 세우고 작업을 시작한 그는 "당시 긴박했던 마음과 달리 하나의 작업 스케줄을 이행하는 것 처럼 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치 속도를 줄였다"고 말했다. 결국 모든 작업은 무사히(?) 끝났다.

교통국도 두 손 들어
앙크롬의 '가짜 표지판'은 설치후 8년 뒤에야 교통당국에 의해 밝혀졌다. 그가 제작한 표지판이 진짜와 거의 다름이 없었기 때문에 교통국이 알아채기 까지엔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당시 교통국은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릴 수도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공소 시효가 7년이었기 때문에 범죄가 드러나더라도 앙크롬과 그의 친구들은 구속을 면할 수 있었다. 
결국 교통 당국은 고심끝에 가짜 표지판을 철거하지 않기로 하고 공식화했다. 20년이 지나도록 지금도 그자리에 남아있게 된 것이다. 
앙크롬은 "가짜 표지판은 바쁜 일상에 프리웨이를 달리는 피곤한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 이었다"며 "진짜 이상의 값어치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