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즉결심판'·검찰 '기소유예' 처분 고려 안 해

과거 술 마시고 경찰 승합차 운전…벌금 500만원 전력

피해금 1천50원의 이른바 '초코파이 절도사건'은 왜 경찰과 검찰에서 매듭짓지 못하고 법정까지 오게 됐을까?

사건의 일견만 보면 '이게 재판까지 할 일인가?'라는 의문이 들지만, 수사를 담당한 경찰과 검찰 입장에선 법대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남모를 속사정이 있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은 이 사건이 일어난 지난해 1월 18일로부터 8일이 지난 1월 26일 전북 완주군의 한 물류회사 관리자의 고발로 A씨를 형사 입건했다.

사무실 냉장고에서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를 1개씩 꺼내먹은 사소한 일이었지만, 경찰은 경미범죄심사위원회 등을 통한 '즉결심판' 처분을 내리지 않고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즉결심판은 2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에 해당하는 경미한 범죄 사건과 관련해 경찰서장 청구로 약식재판을 받게 하는 제도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간 이면에는 A씨의 과거 범죄 전력이 있었다.

A씨는 7∼8년 전 만취 상태에서 경찰 승합차를 자기 차로 착각해 20m 정도 운전했다.

승합차를 훔칠 의도는 없었지만, A씨는 이 일로 자동차 등 사용절도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를 적용받아 벌금 500만원을 내야 했다.

A씨의 변호인은 지난달 18일 초코파이 절도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때의 일을 언급하며 "피고인이 과거 술을 마시고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며 "피고인은 그때 이후로 술을 아예 끊었고 이후로는 그런 일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재판부에 선입견을 배제해달라고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범죄 전력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연다"며 "이 사안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을 송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또한 비슷한 이유 등으로 기소유예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검찰은 A씨의 과거 범죄 이력에 더해 고발인인 물류회사 관리자가 처벌을 계속 바라고 있는 점 등을 주된 약식기소 사유로 고려했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일단 이 사건은 피해자와 피의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기소유예를 내리려면 그 부분이 중요한데, 피해금이 적은 것은 사실이니까 사건을 벌금 5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검찰의 이 처분을 접하고는 무죄를 다투겠다면서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그는 보안업체에 몸담고 있어서 경비업법에 따라 절도죄가 인정되면 직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사무실 냉장고에서 간식을 꺼내먹는 게 '관행'이라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에게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그는 즉각 항소하면서 변호인을 통해 "냉장고가 있는 사무실은 누구나 왕래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다른 사람들도 같이 간식을 먹었는데, 물류회사가 피고인만 고발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는 30일에 열리는 A씨의 항소심 2차 공판에서는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 2명에 대한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전주지검은 이에 앞서 사건에 대한 국민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검찰 시민위원회'를 열고 향후 공소 유지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