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시장-법원장, '전자발찌 피의자' 재판전 석방 놓고 갈등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폭력 범죄 급증세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 시카고 시가 관할 법원에 "전자 모니터링을 조건으로 한 강력범 석방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원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고 시카고 언론과 폭스뉴스 등이 5일 보도했다.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59·민주)은 지난달 29일 관할 쿡 카운티 법원의 팀 에반스 법원장(78·민주)에게 "재판을 앞둔 폭력적이고 위험한 범죄자들을 전자 모니터링을 조건으로 석방하는 대신 교도소에 수감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라이트풋 시장은 "살인, 살인미수, 불법 총기 소지, 성범죄, 차량 절도, 납치, 납치 미수 등 폭력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체포 직후 전자 발찌를 차고 다시 풀려나 유사 범죄를 반복하고 있다"며 "재판 전에 이들을 풀어줘서는 안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에반스 법원장은 전날 "라이트풋 시장의 요구는 '무죄가 입증될 때까지 유죄로 간주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유죄 판결 때까지 무죄로 간주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답했다.

라이트풋 시장은 청원서에서 "현재 시카고에 전자 모니터링을 받는 피고인이 3천400여 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살인 용의자 90명 포함 2천300여 명이 폭력범죄 혐의로 기소됐으며, 나머지도 차량 절도 및 총기 소지 등 중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체포 직후 전자 모니터링을 조건으로 다시 풀려나는 폭력범죄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사회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청 통계를 인용 "폭력범죄 혐의로 체포됐다가 전자 모니터링을 조건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다시 체포된 사람이 130명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에반스 법원장은 "그 130명은 시카고에서 폭력 또는 총기 관련 혐의로 기소된 전체 피고인의 1%에도 미치지 않는 수"라고 반박했다.

그는 "피고인이 특정인의 신변에 실제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 없이는 재판 전에 그를 수감할 수 없다"면서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다"고 밝혔다.

쿡 카운티 법원은 미국에서 2번째 큰 사법 시스템이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반 기준 3천599명의 피고인이 쿡 카운티 법원에서 전자 모니터링을 조건으로 풀려났다. 2017년 같은 기간에 비해 1천400명 더 늘어난 수치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에반스 법원장은 2017년 쿡 카운티 법원 판사들에게 '보석금을 더 낮게 책정하고, 보석과 전자 모니터링 대상자를 늘려 수감자 수를 줄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교도소 내 집단 발병 억제를 이유로 재소자들을 무더기로 조기 석방하면서 전자 모니터링 대상은 더 늘었다.

지난해 시카고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총 846건으로 2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총기살인은 794건으로 전년대비 10% 증가했다.

chicagor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