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도 힘겹게 폐깡통 줍는 다른 노인 부부 도우려 나선 중

(대전=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 "할머니, 맛난 거 사드세요."

대전시 대덕구에 사는 A(78) 할머니가 18일 한겨울 추위를 녹일 만한 따뜻한 사연을 연합뉴스에 전해왔다.

할머니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날 오후 집 주변 골목길에서 깡통을 줍기 위해 폐기물 더미를 뒤적이고 있는데, 한 중년 남성이 다가왔다고 한다.

이 남성은 "무엇을 찾으시냐"며 몇 마디 말을 건넨 뒤 할머니 외투 주머니에 무언가를 넣어주고는 급히 뛰어갔다.

할머니가 그의 뒷모습을 향해 "이게 뭐냐" 물었더니 "내일이 크리스마스니, 손주들이랑 통닭이라도 사드시라"는 말만 돌아왔다.

그가 사라진 뒤 할머니가 주머니 속 물건을 꺼내 봤더니 5만원짜리 지폐였다.

A 할머니는 "그 사람이 내가 깡통을 주워다 팔아 생활하는 노인인 줄 알았나 보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사실 생활 형편이 넉넉한 A 할머니가 버려진 깡통을 찾던 이유는 유아차를 밀며 폐지와 폐깡통을 주으러 다니는 '꼬부랑 할머니·할아버지' 부부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A 할머니는 "90세를 훌쩍 넘긴 것 같은 노인 두 분이 힘겹게 다니시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까웠다"며 "어차피 운동 삼아 매일 산책하는 참에 버려진 깡통 등이 있으면 가져다 놨다가 두 분에게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낯선 남성이 불쑥 건네고 간 5만원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너무나 따뜻한 마음이 담긴 복된 돈이라 허투루 쓸 수는 없다"며 "노인 두 분에게 드릴지, 아니면 조금 더 보태 어디에 기부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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