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두 자녀 소송 참여…"국가와 조정으로 해결 원해"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지난해 경찰관들의 부실 대응으로 논란을 빚은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와 그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18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인 40대 여성 A씨는 가족 3명과 함께 지난달 31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 가족 3명은 A씨의 남편을 비롯해 아들과 딸이다.

이들은 당시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의 부실 대응에 따른 손해액 등으로 18억3천600여만원을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하는 김민호 변호사는 "(부실 대응) 공무원(경찰관)들을 피고로 특정하지는 않았다"며 "이들을 피고로 같이 넣으면 조정이 결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가족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길 원하고 있어 대한민국(국가)과 조정을 통해 분쟁을 마무리하려 한다"며 "국가가 원만하게 조정에 참여한 뒤 해당 공무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게 피해자와 가족의 바람"이라고 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부실 대응) 공무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3년의 소멸시효 기간 안에만 하면 된다"며 국가와의 조정이 결렬되면 별도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A씨 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사건은 인천지법 민사13부(염원섭 부장판사)에 배당됐으며 첫 심리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11월 15일 인천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갈등으로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부실 대응해 논란이 일었다.

인천 논현서 모 지구대 소속이던 경찰관 2명은 피의자가 흉기를 휘두른 상황을 알고도 현장을 이탈하거나 곧바로 제지하지 않았다.

그 사이 A씨의 딸이 빌라 3층에서 피의자의 손을 잡고 대치했고, 빌라 1층 밖에 있다가 비명을 들은 A씨의 남편이 황급히 3층에 올라가 몸싸움을 벌인 끝에 범인을 제압했다.

A씨는 이 사건 피의자인 이웃 B(49)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려 의식을 잃었고 뇌경색으로 수술을 받았다. 그의 남편과 딸도 얼굴과 손 등을 다쳤다.

당시 빌라에 출동한 경찰관 2명은 부실 대응으로 해임됐으며 인천경찰청은 두 경찰관뿐 아니라 당시 논현서장과 모 지구대장도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A씨의 가족은 지난해 12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 등 혐의로 당시 출동한 경찰관 2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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