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희생자 모두 일용직…죽음의 외주화 끊어내지 못해"

여천NCC 공동 대표이사 "법적·도의적 책임 다하겠다"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정회성 기자 = 태어난 지 한 달 갓 지난 아기를 기르던 새내기 아빠, 결혼식 날짜를 받아놓은 예비 신랑이 한날한시에 목숨을 잃었다.

11일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여천NCC 3공장 폭발사고의 희생자들이 안치된 여수 한 종합병원 장례식장에서는 빈소마다 통곡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해당 장례식장에는 이번 사고로 숨진 4명 가운데 여천NCC 하청업체에 고용된 노동자 3명의 빈소가 마련됐다.

가족 가운데 일부는 상복조차 갖춰 입지 못한 채 희생자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오열했다.

바닥에 주저앉아 미동조차 없이 초점 잃은 눈으로 영정을 응시하는 아내도 있었다.

이번 사고 희생자 가운데 하청업체에 고용된 3명의 연령대는 3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맏형과 막내가 아홉 살 터울을 이룬다.

3명 모두 여수시 삼산면 초도가 고향이며, 희생자 1명과 부상자 1명은 혈연관계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저마다 화목한 가정을 꾸리거나 결혼이라는 새 출발을 앞두고 있었다.

한 유가족은 "작년 12월 24일에 첫아들을 낳고 매일매일 행복에 겨워했다. 그 작은 피붙이를 놔두고 어떻게 눈을 감느냐"고 오열했다.

또 다른 희생자의 가족은 "고인이 오랜 연인과 올가을에 결혼식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슴이 미어진다"며 눈물을 훔쳤다.

빈소를 찾은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여수지부 관계자는 "돌아가신 분 중 하청업체에 고용된 3명은 모두 일용직 노동자"라며 "안전 수칙만 지켰어도 참변을 피할 수 있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최소 인원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안전지대 밖에 머물렀다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죽음의 외주화, 위험의 외주화라는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4명 가운데 여천NCC 소속 현장 관리자는 하청업체 노동자와 별도로 빈소를 차렸다.

여천NCC 측은 사고 이후 최금암·김재율 공동 대표이사가 여천NCC 3공장 현장을 찾아 사과문을 발표했다.

두 공동 대표이사는 사과문에서 "슬픔에 빠진 유가족 및 피해 가족께 깊은 위로와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며 부상자 치유를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유가족 지원에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이날 사고는 오전 9시 26분께 여수시 화치동 여수산단 내 여천NCC 3공장 급랭 공정의 열교환기 설비에서 발생했다.

하청업체가 수행한 열교환기 청소 후 시험 가동 중 폭발음과 함께 무게 1t가량인 금속 덮개가 떨어져 나갔다.

희생자들은 조립 후 가스 누출 여부 확인을 위해 내부 압력이 올라가던 열교환기 주변에서 작업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상자 4명도 하청업체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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