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실패 책임론·한자릿수 지지율 부담…'철수정치' 프레임은 고민

돌연 '단일화 결단' 배경 해석 분분…차기 대선 재도전 염두?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세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섰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대선을 불과 엿새 앞둔 3일 돌연 멈춰섰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후보직을 전격 사퇴한 것이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우기는 했지만, 자신의 이름에 빗대 '안 철수한다'며 완주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는 점에서 예상 밖 선택지를 꺼낸 셈이다.

이번에도 중도 사퇴하는 '철수정치' 이미지를 남기며 본인의 정치적 명분을 허무는 '마이너스 카드'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불과 사나흘 전, 현장 유세에서는 '이순신 12척 배'를 언급하며 결연한 완주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안 후보의 태도에 처음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 1일 3·1절 기념식에서 윤 후보와 만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중요한 어젠다에 대해 논의하자고 한다면 어떤 정치인이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였다.

이후 안 후보는 물밑 라인을 통해 윤 후보에게 지속해서 만남을 타진하면서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지난 몇 달간 지루하게 반복한 신경전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전광석화식 '속전속결' 합의였다.

마지막 TV토론 직후 담판도 안 후보 측이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의 결정이 '완주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초박빙 구도에서 윤 후보가 선거에서 졌을 때, 정권교체 실패의 책임론을 오롯이 뒤집어쓸 수 있다는 지점이 가장 부담스럽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비판 속에서도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양 진영이 더 강하게 결집하면서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종 지지율이 10%를 밑돌게 되면 선거비용을 전혀 보전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권교체 대의를 위한 조건 없는 단일화'를 통해 양보하는 이미지를 얻으면서 향후 보수정권 내 공간을 확보하려는 포석이 깔렸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당장 야권 안팎에선 공동정부의 총리를 포함한 입각, 합당 절차를 거친 당 대표,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 후보 등이 선택지로 거론된다.

안 후보는 이날 회견에서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열심히 입법 활동도 했지만 그걸 직접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적 업무는 하지 못했다"며 "기회를 갖지 못하다 보니 국민들께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보여드리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자신의 정책 구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행정 무대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 발언으로 보여 입각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제3당 후보로서의 자신을 응원했던 지지자들에게 "죄송하다"면서 "그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반드시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제 실행력을 증명해 그분들께 보답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개혁 구상도 밝혔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을 더 실용적인, 중도적 정당으로 만드는 데 공헌하고 싶다"며 "그래야 더 많은 지지층을 확보하는 대중정당이 된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 이후 내각에서 행정 경험을 쌓은 뒤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고착화한 '철수 정치' 이미지는 결정적인 손실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당시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하고 2012년 대선에서 후보 등록 전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하고 중도 포기했다.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하는 등 4번의 큰 선거에서 완주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탈당과 당대표직 사퇴 등을 포함해 총 11번의 '철수' 기록이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이런 전력 탓에 안 후보는 이번 선거기간 내내 본인 입으로 "'또 철수하려 하느냐'는 비판과 조롱을 감내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단일화 프레임', '철수정치 오명'에 갇혀 있었으나, 선거일을 엿새 남기고 또다시 스스로의 약속을 뒤집었다.

당장 국민의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너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며 당원 탈퇴를 선언하는 등 지지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그럼에도 "불가피한 현실적인 선택이었다"며 안 후보의 단일화 결단을 두둔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날 당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어떤 길을 선택하고 길을 가더라도 저와 동지들이 꿈꾸고 가려는 변화와 혁신의 길, 과학과 실용의 길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갈 것"이라며 자신의 결정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