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피 한때 먹통·유튜브도 시끌…재외투표 참여 지지자들도 성토

국민의당, 오후 5시 넘어서야 논평…安 "실망한 당원께 깊이깊이 사죄"

"허탈하지만 그래도 안철수 믿어" 계속 지지 글도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전격 발표된 안철수 대선 후보의 중도하차에 국민의당은 종일 벌집 쑤신 듯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안 후보가 거듭 완주 의사를 밝혀왔고 전날 밤 중앙선관위 주관 마지막 TV토론에서까지만 해도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와 후보 사퇴 충격은 더 컸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8시 국회 소통관에서 안 후보와 윤 후보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단일화 선언을 한 직후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이나 논평을 발표하지 않았다가,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논평을 냈다.

국민의당 내부의 복잡한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권은희 의원은 전날 저녁에도 언론 인터뷰에서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국민의당은 윤영희 중앙선대위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자신을 내던진 안철수의 결단은 승리의 밀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지자들도 상당히 격앙된 반응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안 후보의 독자 완주를 응원했던 국민의당 청년서포터즈들의 탈퇴와 탈당 행렬이 줄줄이 이어졌고 안 후보의 유튜브 채널에도 실망한 지지자들의 댓글이 달렸다.

단일화 기자회견 영상이 올라온 안 후보의 유튜브 채널엔 오후 6시 기준 8천2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넷플릭스를 본떠 안 후보가 만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안플릭스'에도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지난달 23일∼28일 안 후보에게 표를 던진 재외국민 유권자들도 자신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됐다는 소식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누리꾼은 안 후보의 유튜브 채널에 "프랑스 교민이다. 안철수 님께 표 하나라도 더 드리려 돈과 시간을 들여 멀리 대사관까지 가서 투표했다"며 "지지하며 주변인들도 설득했다. 정말 너무나 실망스럽다"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지난 월요일 영국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거의 하루의 시간을 투자해 안철수에게 투표하고 왔다. 이번에 안 되더라도 다음 대선에서 힘을 내시라고. 정치권에 남은 양심이라 생각했는데 신뢰를 너무나 가벼이 저버렸다"고 썼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재외국민 투표가 끝난 뒤 대선후보직 사퇴를 제한하는 법을 제정해 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국민의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엔 이날 새벽부터 오후까지 수백 건의 글이 올라와 비판과 응원이 엇갈렸다. 폭주하는 글과 댓글에 게시판은 한때 먹통이었다.

작성인 '고명보' 씨는 "이번 단일화를 거부하는 뜻에서 내일 기호 4번 찍고 무효표 낼 거다. 물론 안철수 지지 철회는 당연하고, 당원 탈퇴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작성인 '김창훈' 씨는 "참 모욕적이다. 지나간 일들을 다시 돌아보니 안철수 당신은 지지자들을 이용해 권력을 추구한 모리배였다"고 했다.

반면 작성인 '김종란' 씨는 "납득하기 쉽지 않고 허탈감이 크다"면서도 "그래도 안철수의 미래를 믿고 정치공학만 난무한 국민의힘에서 안철수를 지키기 위해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고자 당분간 안철수를 지지하고자 한다"고 응원했다.

작성인 '박동건' 씨는 "안 후보님이 뜻을 펼 기회가 국민의힘과의 단일화밖에 없고, 다행히 윤석열도 국민의힘에 뿌리가 깊지 않은 사람이어서 안 후보가 뜻을 펼 가능성은 아주 높다고 본다"며 "지지자들도 실망과 분노를 거두고 안 후보의 길을 지지해달라"고 적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안 후보는 선관위에 후보직 사퇴서를 제출한 후 이날 오후 당원들에게 '사죄'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 명의였다.

그는 "오직 더 좋은 대한민국과 시대교체를 열망하며 저의 단일화 결심에 반대하고 실망하신 당원동지 여러분께 우선 깊이깊이 사죄드린다"며 "저와 함께 거친 광야에서 꿈꾸고 노래했던 우리 일당백 당원동지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다 함께 모여 한 분 한 분 귀한 말씀 여쭙고 결정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거듭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당장 눈 앞의 대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지겠다.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승자독식, 증오와 배제, 분열의 정치를 넘는 국민통합정부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길을 선택하고 길을 가더라도 저와 동지들이 꿈꾸고 가려는 변화와 혁신의 길, 과학과 실용의 길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갈 것"이라며 "늘 감사하고 죄송하다. 그 은혜 결코 잊지 않겠다. 항상 고맙다"고 글을 맺었다.

wi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