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사 주자들 '이재명 인연' 강조…조정식, '시흥 李 출마' 공개 제안

송영길 차출론 속 宋·李 통화 공개되기도…행보 재개 앞당길 계기 될까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정아란 기자 = 6·1 지방선거 준비를 본격화한 더불어민주당 주자들 사이에서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향한 구애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 전 지사 본인은 대선 이후 정치적 행보를 자제한 채 두문불출하고 있지만, 정권교체의 여파로 불리한 구도에 놓인 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재명 마케팅'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이 전 지사의 홈그라운드인 경기도지사 선거를 둘러싸고는 이미 주자들이 '이재명 후광'을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한 5선 조정식 의원은 출마 선언 보도자료에서 자신을 '친이재명계 좌장', '이재명의 찐(진짜) 동지' 등으로 소개하며 "포스트 이재명으로서 경기도를 사수하고 발전시킬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또 "제가 경기지사 후보가 되면 경기 시흥을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다"며 "거기에 이 전 지사가 출마하시는게 좋겠다는 말씀을 유튜브에 출연해 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4월 30일 이전에 의원직을 사퇴하면 6월 1일 동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데, 그 지역에 이 전 지사가 출마하면 경기지사만이 아니라 수도권 선거를 쌍끌이하게 된다"며 "이 전 지사가 나오면 인근 지역에서 큰 부담 없이 선거를 치를 수 있고, 전체 지방선거 판을 흔드는 효과와 함께 앞으로 이재명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이같은 아이디어를 이 전 지사에게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지사의 반응을 묻는 말에는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답을 피했다.

이번 주 중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할 예정인 5선 안민석 의원도 경선캠프 총괄특보단장을 지낸 인연 등을 부각하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16일 이 전 지사의 대선 후 유일한 외부 행보였던 당원 조문 당시 함께 참석했고, 이튿날에는 페이스북에서 "이재명을 지키고 경기도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라고 다짐했다.

당 밖에서는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가 지방선거 출마를 조율하면서 이 전 지사와의 대선 단일화 과정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이 전 지사와 통화를 하면서 (정치개혁 등) 가치를 함께 추진하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싸고도 이 전 지사의 이름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당내에서 '송영길 차출론'이 수면 위로 떠 오른 가운데, 전날에는 송 대표와 이 전 지사가 통화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통화 내용과 관련해 이 전 지사가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최선의 선택"이란 취지로 발언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 전 지사 측은 이에 대해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송영길 전략공천 카드'를 추진하는 측에서 이른바 '이심(李心)'도 송 전 대표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이재명 마케팅'의 유행은 이 전 지사가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를 받으며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지방선거에서 불리한 전황을 뒤집으려면 대선 패배로 실망한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와야 하는데, 이 전 지사의 호소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총괄하는 김영진 사무총장 등 '친이재명' 인사들이 대선 이후 당의 중심에 선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지사 측 관계자는 "모든 후보자가 같은 심정으로 이 전 지사에게 전화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전 지사 측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자칫하다가는 일선에서 물러난 패장이 당의 선거전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고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후보자들의 요청이 이어진다면 이를 외면할 수 없는 만큼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시작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는 이재명 없이는 치르기 어려운 선거"라며 "당의 상임고문으로서 전국의 요충지들을 지원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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