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법무부, 수사지휘권 폐지엔 명쾌하게 동의 안해"

한차례 업무보고 퇴짜 후 몸낮춰…"尹공약 취지 큰틀 공감"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의 폐지·재개정 적극 논의"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정수연 기자 = 법무부는 29일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인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훼손 논란이 발생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국민의힘 이용호·유상범 의원은 이날 법무부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힌 뒤 "법무부는 큰틀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법무부의 이날 업무보고는 지난 24일 인수위가 예정된 업무보고를 한 차례 '퇴짜' 놓은 후 다시 이뤄졌다.

인수위 업무보고가 신구권력 갈등의 장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이날 업무보고에서 법무부는 윤 당선인의 사법 공약에 대개 공감을 표하거나, 새 정부의 국정기조에 맞춰 법령 재개정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나섰다.

인수위는 법무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권력이 검찰을 통제하는 기제로 사용돼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유상범 의원은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은 앞으로 정치적인 장관을 통해 검찰을 마음대로 다루지 않겠다는 강한 선언을 한 것이다. 이걸 (박범계 법무장관이) 반대한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업무보고에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훼손됐다는 논란이 일정 부분 발생한 것에 대해 공감한다"고 밝혔다고 유 의원은 브리핑에서 전했다.

다만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폐지'와 관련, 법무부는 구체적인 찬반 여부를 놓고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새 정부 들어서 관련 법률 개정 작업 등이 있으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유 의원은 "새 장관이 취임해 검찰청법8조를 개정하지 않더라도, (장관) 본인이 '난 앞으로 검찰에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방법도 있고, 훈령을 개정할 수도 있다"며 "윤 당선인의 폐지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재차 말했다.

윤 당선인의 공약인 검찰에 독립예산 편성권을 부여하는 것과 관련해선 법무부는 확실한 동의 입장을 표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 의원은 "저희가 보기에 수사지휘권 폐지 부분과 검찰의 독립예산 편성권 부여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명쾌하게 동의하는 답변을 내진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검찰의 직접 수사 확대와 관련해선 박 장관이 반대했던 것과는 달리, 법무부는 공감하는 입장이었다고 인수위는 밝혔다.

유 의원은 "법무부는 '검경 책임수사제'와 관련해 각종 핑퐁식 사건 처리, 수사 지연, (사건) 이첩을 위한 책임 회피, 부실수사 논란 등에 대해 공감했다"며 "관련 규정을 수정·정비해야 한다는 데 법무부는 박 장관과 다소 다른 형태의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또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피의자의 인권과 국민의 알권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선별적·정치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다고 법무부에 지적했다.

해당 규정은 2019년 12월 시행에 들어간 법무부 훈령으로, 사건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을 언론 등에 수사기관이 알리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다.

특히 법무부가 해당 규정 도입을 준비하던 시기는 당시 새로 취임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활발히 진행된 시기였다. 이에 따라 정부가 조 전 장관 의혹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었다.

이에 법무부는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의 폐지를 포함해 개정까지 적극적으로 인수위와 논의하겠다고 답했다고 이 의원은 브리핑에서 전했다.

또 이 의원은 "국회에서 대검에 공소장 제출을 요구하면 당연히 제출하도록 돼 있다"며 "그 근거 규정인 국회법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법무부가 자의적으로 규칙을 만들어 공소장의 국회 제출 시기 등을 자의적·선택적으로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했다.

이런 지적에 따라 법무부는 이런 규칙 역시 폐지를 포함해 개정하겠다고 답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앞서 인수위는 박범계 법무장관이 윤 당선인의 사법공약에 공개 반대한 것을 놓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무례하고 이해할 수 없는 처사" 등 격한 반응을 쏟아내며 법무부의 업무보고 일정을 당일 취소했다.

이날 업무보고에 박 장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박 장관이 윤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여러 입장을 밝히시는 바람에 법무부 직원들이 굉장히 곤혹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오늘 전체적인 분위기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했다"고 말했다.

wi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