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대형병원 안치실도 꽉 차…관도 공급이 수요 못 따라가

(서울=연합뉴스) "장례식장 입실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까 몇십군데 전화를 돌려야 자리 비는 장례식장을 겨우 구할 수 있어요."

장례지도사 김모(62)씨는 29일 연합뉴스에 최근 벌어지고 있는 '장례식장 대란' 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또 다른 장례지도사 우모(48)씨도 "서울에서 장례식장 자리를 구하려면 평균 열 군데는 넘게 전화를 돌려야 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영향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화장장 대란'에 이어 '안치실·장례식장 대란'까지 빚어지고 있다.

사망자 급증이 화장 적체 현상을 부르고, 시신을 안치실에 안치해놓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장례 절차 전반으로 영향이 번져나가는 셈이다. 유족들이 '화장 원정'에 이어 '빈소 원정'을 떠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형편에 맞지 않는 비싼 빈소를 잡는 경우도 있다.

이날 오후 기준 서울 주요 대형병원의 빈소와 안치실은 대체로 '만실'이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 빈소는 모두 꽉 차 있었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족 장례를 치르고 있던 장모(61)씨는 "빈소 잡기가 정말 힘들다. 자리가 정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무리를 하면서까지 가장 비싼 빈소를 얻었다"면서 "보통 빈소는 하루에 75만∼90만원인데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하루에 350만원을 내서 지금 빈소 비용만 3일에 1천만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서울 밖에 살지만 서울의 한 장례식장으로 빈소를 잡은 A씨는 "부친이 돌아가시고 이틀 만에 겨우 빈소를 찾았다. 여기 빈소를 마련하기까지 70군데 정도 전화를 돌렸다"며 토로했다.

시신을 보관해놓는 안치실도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사무장 B씨는 "현재 우리 장례식장은 안치실 32곳 중 28곳이 차 있다. 빈소가 17개소인 것을 고려하면 남은 11개 안치실에는 화장 대기 인원이 있는 것"이라며 "병원에서 코로나19 등으로 사망하는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3기 정도 여유분을 두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한 자리 정도 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장례식장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빈소 10곳과 안치실 29곳이 있는데 2월 중순부터 계속 여유가 없다. 원래는 빈소가 만실이 돼도 안치실은 여유가 있는 게 정상인데 현재는 안치실조차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안치실이 총 32곳이 있는데 지금은 계속 꽉 차 있다"면서 "메르스 사태 때에도 이렇진 않았다. 이런 적은 정말 처음"이라고 말했다.

장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장례 관련 용품도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경기도에 있는 관 제작업체 사장 이배영 씨는 "하루 제작 물량이 최대 70∼80개인데 만들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 이런 추세가 2월 초부터 시작됐다. 작년 대비 수요가 50%는 늘어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씨는 그러면서 "관은 100% 중국산 오동나무로 만드는데 국내 수요를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어 수입산 오동나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통상 사망자 증가 추이를 벗어나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초과 사망'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왔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실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는 집계된 사망자의 2∼3배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코로나19 완치 후 합병증으로 숨진 사람,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사망했거나 병상 부족으로 제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환자 등 '숨은 사망자'들이 '초과 사망자'에 포함될 수 있다.

(송은경 강수환 오규진 오명언 유한주 황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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