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카드 사용내역 못 찾아…조력자 있을 가능성도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경기도 가평의 한 계곡에서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지난해 12월 잠적한 30대 남녀 2명이 현재 출국금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달 30일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이은해(31·여)·조현수(30·남)씨를 공개 수배하기 전에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도주 이후 해외로 나간 기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법무부를 통해 출금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와 조씨가 행방을 감춘 시점은 지난해 12월 14일로 2차 검찰 조사가 잡혀 있던 날이다. 이들은 도주하기 전날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장시간 조사를 받았지만, 살인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첫 조사에서 검찰이 확보한 증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2차 조사에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후 4개월째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해외로 밀항을 하지 않았다면 국내에서 도피 생활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잠적한 이후 4개월째 자신들 명의의 신용카드·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아 이른바 '유령생활'을 하며 도피 행각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력팀 베테랑 경찰관은 "도심 오피스텔 같은 곳에 숨어지내면서 밖에 나오지 않으면 옆집에 사는 이웃도 모른다"며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면서 현금만 쓰며 버틸 수는 있지만, 돈이 떨어지면 한계가 온다"고 말했다.

카드 사용내역이나 병원 진료기록 등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장기간 도주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2010년 도주했다가 8년 만에 검거된 최규호(75) 전 전북교육감은 동생의 도움을 받으며 장기간 추적을 피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1∼2개월은 몰라도 도피생활이 3개월 이상이면 조력자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자신들 명의의 휴대전화가 아닌 대포폰을 쓰면서 조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달 30일 지명수배 후 최근까지 검찰에는 제보전화가 종종 걸려왔지만, 결정적 단서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이씨나 조씨와 비슷한 사람을 길에서 봤다"는 추측성 내용이었다.

공개수배 이후 온라인에서는 이씨와 관련한 각종 의혹도 확산하고 있다.

이씨와 과거 교제했던 다른 남성 2명도 2010년과 2014년 인천과 태국 파타야에서 교통사고나 스노클링 사고로 각각 의문사했다는 내용이다. 또 이씨와 조씨가 과거 성매매 관련 일을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조씨의 전 여자친구라고 주장한 한 여성은 2020년 12월 한 유튜버와의 인터뷰에서 2019년 경기도 용인 낚시터에서 이씨와 조씨의 살인미수 범행을 목격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놓았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께 가평군에 있는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인 A(사망 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을 잘하지 못하는 A씨에게 계곡에서 다이빙하게 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와 연인 사이인 이씨가 남편 명의로 든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을 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앞서 이들은 같은 해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A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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