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정국 속 국정 공백 우려·지방선거 등 고려한 '한발 후퇴'

9월 정기국회 '정부조직법 통과'도 검토…'여가부 폐지' 의견 수렴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7일 정부조직 개편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고, 현 정부 조직체계에 따라 장차관을 인선하겠다는 것은 거대 야당과의 협치를 고려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인수위가 새 정부의 철학을 담은 정부조직도를 내놔도, 이를 담은 정부조직법이 국회에서 가로막힐 경우 의석수에서 밀리는 정부·여당으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다.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이 진통을 겪는 새 민생과 안보 등에 국정 공백이 발생하면 그 책임과 부담은 고스란히 새 정부의 몫이 된다는 우려도 국민의힘 내에서 적지 않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밀어붙이기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깔린 셈이다.

포스트 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군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문제에 이어 정부조직 개편 논쟁까지 민생 현안을 집어 삼키면,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으로선 취임 후 곧장 치러지는 6·1 지방선거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인수위는 조직개편을 관철하는 데 힘을 빼는 대신, 민생 현안을 챙기며 집권 초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 폐지' 등 공약이 일부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오더라도 국정운영의 안정과 실리를 찾겠다는 셈법이다.

인수위 내부적으론 오는 9월 정기국회까지 여유를 두고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 작업을 이어가는 방향도 검토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부조직법은 야당과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좀 더 사회적 컨센서스를 만들어가야 하는 문제"라며 "정기 국회까지 가도 문제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조직개편 문제는 인수위에서 가닥을 치고 그림을 그리고…(하지 않는다.) 민주당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급하게 뚝딱뚝딱 만들어낼 게 아니라는 지적을 했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형태의 논의는 이제 더이상 인수위에서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쐐기를 박기도 했다.

윤 당선인측은 또한 현 정부조직 체계에 기반한 장관을 우선 지명한 뒤, 차관까지 연이어 지명할 방침이다. 장관 인사청문회 통과 전부터 차관 등 내각 조직을 정비해 취임과 동시에 국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 출범 전에 장관 지명자와 의논을 해서 차관을 인선할 생각"이라며 "차관이 실무적으로 일을 끌어나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정부조직 개편의 핵심이라 할 '여성가족부' 폐지 여부는 새정부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블랙홀과 마찬가지로 평가된다.

당내에선 '여가부 폐지' 등에 부정적인 2030 여심이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로 막판 결집하면서 0.73%포인트 차 신승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정부 출범 직후에도 '여가부 폐지'가 핫이슈로 떠오를 경우 대선에서 확인한 성(性)대결 표심이 지방선거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윤 후보로선 여가부 폐지라는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쥔 채 취임 후 22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치르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듯, 여가부의 미래에 대한 인수위의 입장도 보다 유연해졌다. 그간 '폐지'만을 강조해온 데서 야당을 포함한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식으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여가부의 조직 자체는 사라지더라도 그간 담당해온 역할과 기능이 새정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출구 찾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뇌관'인 여가부 존폐에 대한 의사결정을 지방선거 뒤로 미뤄놓은 뒤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민심 흐릉에 따라 직진할지 멈출지에 대한 최종 향배를 정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추 의원은 질의응답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그런데 이것을 어떤 식으로 정부조직 개편에 담아야 할지에 대해선 여러 견해가 있다. 지금 방침을 정했다고 해서 그대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결국 여가부 장관이 새로 선임되면, (여가부) 해체 이후 새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작업을 담당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가부 장관에 남성이 임명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엔 "여가부라 해서 반드시 여성이 장관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정해져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wi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