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당분간 침묵 기조…김오수 면담 요청엔 "공식 접수되면 검토"

"지금은 국회의 시간" 선긋지만…당청 물밑조율 추측도

'진퇴양난' 찬반 어느 쪽도 선택 쉽지않아…한동훈 입각도 변수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두고 진영간 전면전 양상이 빚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서는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이번 사안에 대해 언급을 삼가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이 사안을 둘러싼 여야 간 전선이 첨예해 지고 있는데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첫 법무부 장관으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발탁하는 등 정국이 혼돈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계속 침묵을 이어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결국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느냐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아직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통과를 전제로 대통령의 선택을 거론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얘기라며 입장표명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 아닌가"라며 "당분간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언급이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문 대통령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임기 내 검수완박 입법'에 찬성하는 것인지 반대하는 것인지도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5월 3일 국무회의 공포' 목표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법안 처리 스케줄에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청와대 측에서는 "철저히 당이 주도한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럼에도 시간이 갈수록 국민의힘이나 검찰 쪽에서 문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압박은 점차 거세질 전망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설령 법안이 무리하게 (국회에서) 처리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김오수 검찰총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오늘 대통령께 정식으로 민주당이 당론으로 확정한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과 관련한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 측은 "아직 요청이 공식적으로 접수되지 않았다. 면담요청은 통상 법무부 장관을 거치게 된다"며 "접수가 되면 검토해보겠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최근 이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신중기조를 고려하면 면담이 성사되더라도 시기는 조금 늦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총장과의 면담 문제나 거부권 문제는 별개로 하더라도, 문 대통령의 경우 민주당 구상대로 입법이 진행된다면 5월 3일 국무회의에서 법안 공포안 의결의 '방망이'를 두드리는 역할을 맡을 수 있어 '입장을 밝히라'는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처럼 입장표명 목소리가 거세지더라도 문 대통령으로서는 찬반 어느 쪽도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기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의 당론 채택에 반대를 하는 것은 진영 내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문 대통령으로서는 위험한 결정이 될 수 있다.

입법에 제동을 걸 경우 터져 나올 수 있는 강성 지지층들의 반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민주당에서는 이날 윤 당선인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두고 "검찰공화국으로 가는 서막이 열린 것", "검찰 쿠데타" 등으로 강력히 비판하며 검수완박 입법에 더욱 박차를 가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기류 속에 문 대통령이 당론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검수완박을 찬성하는 것 역시 국민의힘이 '결사 반대'를 천명한 상황에서 진영 간 대립구도를 격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번 입법에 대해 '방탄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점,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까지 부정적이라는 점 등도 문 대통령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진퇴양난의 정치환경 속에 일각에서는 당청 사이에서 물밑으로는 소통을 하며 대책을 논의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임기가 한달 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이 주도하는 법안에 청와대가 목소리를 크게 내기는 어렵다"며 당청 조율 등을 통해 청와대가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