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비판 입장 발표…"검수완박법과 충돌하는 현행법 31건"

"법제처, 위헌성 있다는 의견" 발표에 법제처 "공식 의견 아냐"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이동환 조민정 기자 =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1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새 정부 출범일인 다음 달 10일 이후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이용호 간사는 이날 오후 종로구 통의동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의 관련한 질문에 "내가 보기에는 당연히 행사한다"고 답했다.

인수위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법제처에 검수완박법에 해당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고 한다.

이에 법제처는 '위헌성이 있고 법 체계상 정합성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국민의 인권을 후퇴시키고 국제 형사사법 절차에 혼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이 간사는 전했다.

이 간사는 "국회에서 법이 만들어지면 다시 정부로 이송돼 법제처가 정합성과 위헌성을 살핀다"며 "만약 문제가 있으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근거가 되기 때문에 법제처의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제처는 브리핑 이후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인수위의 입장에 참고가 될만한 사항들을 실무적으로 논의한 바 있으나 이는 법제처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라며 "형사소송법 등 법률 개정에 따른 헌법적 논의 및 법률 정비 문제는 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의결돼 정부에 이송된 이후 관계부처의 의견을 들어 공식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총장을 지낸 윤 당선인은 '검수완박법'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이 간사는 윤 당선인이 '검찰공화국' 비판을 피하기 위해 입장을 안 밝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당선인도 왜 하실 말씀이 없겠냐만, 이 단계에서 언급하는 것은 우리가 봤을 때도 적절치 않다"며 "챙겨야 할 민생 현안이 많다"고 답했다.

인수위는 이 간사가 낭독한 입장문에서 '검수완박법'과 관련해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만들어진 수많은 법과 충돌돼 형사사법 체계의 대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많은 국민이 심각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이날 취재진에 배포한 별도의 자료에서 '검수완박법'과 충돌하는 현행 법률이 31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31건은 가정폭력범죄처벌특례법, 아동학대처벌특례법, 공직선거법, 마약류관리법, 근로기준법, 성매매알선처벌법, 세월호특별법, 5·18민주화운동특별법, 아동청소년성호보법 등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안들이다.

인수위가 '검수완박법'을 비판하는 입장을 낸 것은 지난 13일, 19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인수위는 "국제형사사법 공조법, 범죄인 인도법 등은 법무부 장관과 검사를 국제형사사법 체계상 수사의 주재자로 규정하고 있고, 최소 50여개 국과 맺은 여러 조약 등은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체결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수완박법이 통과되면 국제 형사사법공조의 혼돈과 차질로 그 피해가 국내를 넘어 외교 관계까지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수위는 "검수완박법은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 신청권을 형해화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특히 사법경찰관이 검사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사후 영장을 청구하도록 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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