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박용진 의원 가세 "편법…국민시선 두렵다" "선 넘었다"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의 '위장·기획 탈당' 논란을 두고 당내에서도 역풍이 거세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조국 사태를 패배 원인으로 거론하면서 일부 강경 지지층들로부터 '초선 5적'으로 불렸던 이소영 의원은 21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이 의원은 서한에서 민 의원 탈당에 대해 "너무나 명백한 편법"이라며 "민주당과 가까운 의원을 안건조정위원으로 지정해 (국회법)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은 있었지만 엄연한 민주당 의원이 탈당해 숫자를 맞추는 일은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의 빈틈을 노려 스스로 만든 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며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입법자인 우리가 스스로 편법적 수단까지 정당화하며 용인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수사 기소 분리라는 법안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은 2년 전 위성정당 창당 때와 다르지 않다"며 "국민들에게 이게 옳은 일이라고 설명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떳떳하지 않은 선택을 할 때 국민은 우리에게 실망했다"며 "그런 선택의 결괏값으로 두 번의 연이은 선거에서 뼈아픈 심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또 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했다.

소장파 박용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국민 공감대 없는 소탐대실은 자승자박. 5년만에 정권을 잃고 얻은 교훈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는 "검찰개혁 의제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갑자기 내세운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지금 우리의 검수완박을 향한 조급함은 너무나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는 민주당이 지금 선을 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라는 넓은 길로 돌아가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며 "사실은 조금 두렵다. 국민들의 시선이"라고 재차 우려했다.

이재명계 핵심 의원 모임인 '7인회'의 일원인 김병욱 의원도 비판에 가세했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민 의원의 탈당에 대해 "그간 우리 당이 비판받아 온 내로남불 정치, 기득권 정치, 꼼수 정치 등을 함축하는 부적절한 행위"라며 "이런 식으로는 결코 검찰개혁을 이룰 수 없으며, 우리 당이 지금까지 추구해 온 숭고한 민주주의 가치를 능멸할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저 역시 민주당 국회의원으로서 지금의 민주당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하다"며 "민생을 위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기임에도 온통 검찰 이슈만이 보인다"라고도 지적했다.

전날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헛된 망상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소신파로 알려진 조응천 의원도 "국민들 보시기에 꼼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이러한 당내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단일대오에 균열이 초래, 검수완박 법안 속도전의 동력 자체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민 의원의 선택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전 지사 경선캠프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절차적으로 다소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비판에 대해서는 겸허히 들을 것"이라며 "다만 권력기관 개혁의 절박함이 그만큼 크고 필요성이 분명하다는 점을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린다"고 적었다.

국회 법사위원인 민 의원의 탈당은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시 참여하게 될 무소속 의원 1인으로 민 의원을 배치, 속전속결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민주당의 배수진으로 해석되고 있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법사위원인 양향자 의원이 법안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민 의원을 긴급히 무소속으로 '투입'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무리수를 거듭 두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양향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도 "수사·기소를 분리하고 검찰을 기소기관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소신"이라며 "그럼에도 거대한 개혁은 충분한 국민적 합의절차가 필요하다는 것도 제 소신"이라고 밝혔다.

양 의원은 동시에 "논의 구조를 이토록 극단으로 몰고 간 것은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라며 "한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대화의 장을 열 책임은 당선인과 국민의힘에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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