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대한 수사권 완전 박탈"…"민형배 위장 탈당, 정치적 타락"

김용민 향해 "국회의원, 벼슬 아니다"…검찰 사무관들도 반대 한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박재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법사위 안건조정위 심의를 앞두고 탈당해 무소속 법사위원으로 배치된 것이 민법상 무효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봉숙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은 전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민 의원의 탈당이 진정한 탈당 의사가 없는 '통정허위표시'라며 무효라고 주장했다.

민법 108조는 '상대방과 통정(서로 짬)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 부장검사는 "민주당의 당론을 따라 검수완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잠시만 탈당하는 형식을 취해 안건 처리를 하고, 즉시 복당한 후 민주당의 일꾼으로 한 몸 바치려 하는 것을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탈당의 법률관계가 공법적 관계라 통정허위표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지만, 정당 가입과 탈퇴는 사법적 법률관계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공 부장검사는 민 의원의 탈당이 통정허위표시이기에 앞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위장 탈당으로 표결하도록 하는 것은 대의정치의 정신, 정당법, 국회법의 핵심 가치를 심대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법 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공 부장검사는 "이번 위장 탈당은 도덕적·정치적 타락일 뿐 아니라 법률적 문제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고 끝맺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전날 전격 탈당해 무소속 신분이 됐다. 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여야 3 대 3 구도인 안건조정위원회를 사실상 4 대 2 구도(민주당 3·무소속 1·국민의힘 2)로 만드는 '꼼수'를 썼다는 비판이 나왔다.

안건조정위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기구로,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

검찰 내부망에는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한 비판 의견도 잇따랐다.

강수산나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입법 폭주가 가져올 형사사법 시스템의 붕괴 위험을 잘 알면서도 가만히 있는 것은 침몰하는 배에서 승객들을 방치한 채 '어쩔 수 없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허성호 울산지검 검사 또한 "토론과 협의라는 민주적 절차 없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다수의 횡포' 선례를 남긴다면, 이는 미래에 다른 사회적 집단이 주도하는 횡포를 정당화할 기반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날 조종태 광주고검장의 문자를 SNS에 올리며 공개 비판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을 저격하는 글도 있었다.

신건호 수원지검 검사는 "외람되지만 삼가 김용민 의원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며 "의원님은 국민이 우스우신가. 지금 하고 계신 입법이 국민을 대변해서 하시는 정당한 입법이라고 생각하나"고 반문했다.

이어 "국회의원은 벼슬이 아니고 국민의 봉사자일 뿐"이라며 "입법권 역시 국민이 국민을 위해 행사하라고 맡긴 책무"라고 강조했다.

정희도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는 이날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는 양향자 의원의 언론 인터뷰를 언급하며 "그동안 검수완박 법안을 두고 '개혁'이니 '정상화'니 하며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더니 결국 그 속내는 '민수완박(민주당에 대한 수사권 완전 박탈)'인 게 드러난 셈"이라고 일갈했다.

검찰 수사관들 또한 검수완박 법안 논의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황혜경 대구지검 수사관은 검찰 내부망에 "그저 우리의 위치에서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자 했던 것뿐인데, 어느 순간 개혁의 대상이 됐다"며 "도대체 누가 개혁의 대상이고,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라고 토로했다.

김진아 서울서부지검 수사관도 "갓 들어온 수사관 중에서는 수사를 정말 하고 싶고,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시켜달라"고 호소했다.

juju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