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유미 류미나 기자 =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취임 보름여 만에 첫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에 오른 뒤 첫 여야 협상의 결과물인 '검수완박'(검찰 수사지휘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사흘 만에 스스로 뒤집게 되면서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핵심관계자)으로서 의원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 원내대표로 선출됐지만, 이번 사태로 리더십이 일정 부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권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수완박 중재안'을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는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제외된 부분에 대해서 국민의 지적이 많이 있다"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했다. 이후 지지층의 강력한 반발에도 '협치' 정신과 '여소야대'라는 현실적 여건을 강조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그러나 전날 이준석 당 대표와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윤 당선인마저 사실상 제동을 걸면서 더 이상 중재안을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적 비판이 높다 보니 여야 간에 정치적 합의를 봤다 해도 국민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게 의무고 정치인의 책무"라고 중재안 재논의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윤 당선인이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와 윤 당선인 사이에 사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의 검수완박 중재안 입장을 묻는 말에 "윤 당선인은 정치권 전체가 헌법 가치 수호와 국민 삶을 지키는 정답이 무엇인가 깊이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주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기자들과 만나 "윤 당선인은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고, 법안 통과는 헌법정신을 위배하는 것이라는 검찰총장 사퇴 당시와 생각이 전혀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장 실장은 윤 당선인과 권 원내대표 간 소통이 있었는지와 관련, "특별히 그 문제로 교감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윤 당선인을 따로 만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에서는 윤 당선인이 지난 22일 여야 합의 직후에 중재안 수용에 대해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불가피하게 택한 '고육책'으로 어느정도 받아들였으나, 주말을 거치며 여론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면서 상황 인식이 보다 엄중해진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됐다.

권 원내대표로선 이날 최고위에서 '재논의' 결론을 내리며 당내 이견을 가까스로 수습했지만, 민주당을 상대로 다시 한번 협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당장 민주당은 "몇 사람이 주장한다고 다 합의해서 밥상까지 차려놨는데 다 뒤짚어야 겠느냐"(박홍근 원내대표)며 합의를 파기한 권 원내대표와 국민의힘에 대해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저녁 법사위 법안소위 논의를 거쳐 이번 주 내에 본회의를 열어 '검수완박 중재안'을 강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이 중재안을 끝내 강행 처리한다면 애초 합의에 응했던 권 원내대표에게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3선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권 원내대표가 이제 이 합의안을 막아내지 못하면 본인의 입지도 상당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적 비판이 높다 보니 여야 간에 정치적 합의를 봤다 해도 국민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게 의무고 정치인의 책무"라며 "특히 선거범죄에 대해 정치인들이 야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높기에 그런 비판을 우리 국회가 겸허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 재논의 제안에 대해 민주당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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