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만 차오양구 일부 지역 임시봉쇄 전격 발표

전수검사 결과 따라 봉쇄 지역 확대될 수도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25일 오전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대형마트 입구에 긴 줄이 늘어섰다.

베이징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혹시 모를 '봉쇄'에 대비해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리자 마트 측이 입장객 수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20분 이상 줄을 선 뒤 들어간 마트 내부는 식료품을 사려는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마트에서 만난 한 중국인은 "베이징이 봉쇄될지 안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니냐"며 "봉쇄에 대비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먹거리를 중심으로 샀다"고 말했다.

그의 카트에는 쌀, 고기, 야채는 물론 각종 냉동식품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일부 신선식품 판매대는 텅 빈 상태였다.

말로만 듣던 중국인의 사재기가 시작된 것이다.

베이징 시민들 입장에선 '경제수도' 상하이 시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식품난이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친 셈이다.

상하이시가 도시 봉쇄는 없다고 수차례 공언하다가 지난달 27일 밤 10시가 넘어 28일부터 도시를 동서로 나눠 4일씩 8일간 봉쇄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후 이날까지 29일째 도시 대부분에서 봉쇄가 언제 끝날 지 기약 없이 계속되고 있다.

베이징에선 23일 22명, 24일 19명 등으로 신규 감염자가 아직 많지 않지만 차오양구 주민들의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전날 차오양구가 모든 주민 350만 명을 대상으로 25일, 27일, 29일 세 차례에 걸쳐 전수 핵산(PCR) 검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날 정오께 구내 일부 감염 확산 위험 지역을 임시 관리·통제지역으로 정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지역 주민은 필수적인 사유가 아니면 거주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직장인은 원칙적으로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 극장, PC방, 유흥업소, 식당 등은 문을 닫아야 한다.

차오양구는 25일과 27일 전수조사를 해 모두 음성으로 확인되면 봉쇄를 해제한다고 했다..

차오양구는 학내 감염으로 교사와 학생이 감염된 중학교가 위치한 지역이다.

베이징시가 조기 검진을 통해 코로나19를 통제하는, 강력한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動態淸零·동태청령)을 가동한 것이다.

차오양구는 각종 정부 기관과 각국 대사관을 비롯해 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냐오차오(냐오차오)와 중국중앙방송(CCTV) 사옥, 많은 쇼핑센터가 자리 잡은 베이징의 중심지역이다. 한국인 밀집 지역인 왕징도 차오양구에 속해 있다.

핵산 검사 장소로 지정된 차오양구의 한 광장에는 오전 6시 30분부터 검사를 시작한다는 공지에 따라 검사를 받고 출근하려는 시민 수십 명이 오전 7시 이전부터 줄을 선 채 대기했다.

그러나 현장의 전산시스템 준비가 완비되지 않은 탓에 주민들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베이징 방역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기류는 자국의 방역 정책을 극찬하며 긍정적인 보도만 일삼던 중국 관영 매체의 보도에서도 느껴졌다.

국수주의 성향의 관영 환구시보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베이징은 이미 강력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위해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았다"면서도 "대규모 핵산 검사 결과가 일부 지역 봉쇄 여부를 결정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개 대규모 전수 검사는 '파악된' 감염자 수 급증의 결과로 이어진 만큼 봉쇄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글로벌타임스는 "차오양구 일부 지역에서 신선식품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상하이 주민들의 식량 부족을 목격한 베이징의 시민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식료품을 사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환구시보도 봉쇄 가능성을 고려한 듯 이날 사설에서 "기계적이고 단순한 칼 자르기 식은 진정한 의미의 동태청령이 아니다"라며 "방역 정책을 결정할 때는 감염병 통제, 주민생활 보장, 경제활동 중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j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