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지난 14일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슈퍼마켓에서 흑인을 겨냥한 백인 청년의 총격으로 10명이 사망한 가운데, 흑인 경비원이 더 큰 참사를 막은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AP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경찰로 은퇴한 뒤 사건 현장인 슈퍼마켓의 경비로 일하던 아론 솔터는 범인이 슈퍼에 들이닥쳐 총기를 난사하기 시작하자, 즉각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응사격에 나섰다.

솔터가 쏜 총 가운데 최소 한 발이 범인을 맞혔지만, 이는 그가 입고 있던 방탄조끼를 뚫지 못했고, 솔터는 결국 범인의 총에 숨졌다.

조지프 그래마글리아 버펄로 경찰국장은 "솔터가 아니었다면 희생자가 더 많았을 것"이라며 "그는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사건 현장에 있다가 목숨을 건진 이벳 맥 씨는 "솔터는 마을 주민들을 잘 보살폈고 슈퍼마켓을 지키려 했다"며, "그는 늘 우리의 잘잘못을 일깨워주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복권이나 물건을 사러 슈퍼 종종 들르곤 했다는 맥 씨는 "총격이 시작되기 직전에도 복권 번호를 확인하면서 솔터와 이야기를 나눴다"며 슬픔을 표현했다.

솔터는 슈퍼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의 이름을 일일이 알고 있을 만큼 고객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희생자 가운데는 손자의 생일을 맞아 '깜짝 선물'로 케이크를 사려던 방문자, 여느 날처럼 요양원으로 남편을 만나러 갔다가 장을 보러 온 86세의 할머니 등이 포함됐다고 AP는 전했다.

한편, 경찰은 범인인 페이튼 젠드런(18)이 흑인들을 죽이려는 '분명한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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