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죽기 전에 얼굴이라도 한번만"

[뉴스포커스]

 이산가족 생존자 4만5천명, 67% 80대 이상
 90세 이상이 30%…82%는 생사 조차도 몰라
 北 협조 없어 재미이산가족 상봉법안도 스톱
"만날 시간 얼마없어…찢어지는 가슴 한숨만" 

#함경북도 출신인 이모(89)씨는 수년전 아내와 사별하고 LA한인타운내 한 노인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아들이 하나인데 20여년전 결혼한뒤 뉴저지주로 이주, 못본지가 3년이 넘었다. 올해 90세가 되는 그는 점점 몸과 마음이 쇄약해지면서 북한에 두고온 가족들 생각에 잠을 못이룬다. 7남매 중 장남인 그는 한국전쟁 당시 혼자 남쪽으로 피난온후 부모는 물론 형제들의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그동안 몇차례 '이산가족 상봉'의 문을 두드려 봤으나 번번히 무위로 끝났다. 이씨는 "살면 얼마나 더 살겠는가. 숨이 끊기기전에 북의 동생들과 화상 통화라도 한번 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새로 출범 윤석열 정부에 기대
우리나라에 등록된 이산가족 생존자 10명 가운데 7명은 80대 이상의 고령이어서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꼽혔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일 릫윤석열 정부 이산가족정책 추진 방향과 과제릮 보고서에서 "이산 1세대의 고령화와 사망자 증가에 대응해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은 전면적 생사 확인"이라고 밝혔다.
남북이산가족찾기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은 4월 기준 13만3천636명이며 이 가운데 생존자는 4만4천842명뿐이다.
연령별로는 80∼89세가 1만6천521명(36.8%)으로 가장 많고 90세 이상이 1만3천558명(30.3%)으로 두 번째다.
이 연구위원은 "남북 양자 차원의 직접 대화와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야 한다"며 "유엔에 릫비자발적 가족분리 특별보고관릮 창설을 위한 결의 채택을 제안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통일부가 시행한 제3차 남북이산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82%는 북에 남은 가족의 생사조차 몰랐다.
남북은 2018년 8월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고 같은 해 9·19 평양정상회담에서 상설면회소 개소와 화상 상봉, 영상편지 교환 등에 합의했지만, 남북관계가 악화하며 교류가 끊긴 상태다.

▶시민권자 한인 이산가족 100여명 남아
미국 정부가 추진중인 미북 이산가족상봉도 지지부진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1년 반이 지났지만 미북 이산가족상봉 노력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다. 
미 하원은 지난해 7월 재미이산가족 상봉 법안과 결의안이 통과됐다. 이어 8월에는 상원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돼 현재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 또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과 상봉 방안에 대해 정기적으로 협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경제 문제 등 미국 정부의 다른 주요 정책에 밀려 전혀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의 열쇠를 쥐고 있는 북한 역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이산가족들의 가슴을 태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3월 하원 청문회에서 미북 이산 가족 상봉 문제는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지만 미국이 이산 가족들의 재회를 위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 임박 등으로 인해 긴장관계에 돌입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은 더 멀어져가는 분위기다.
한편 재미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한인 이산가족은 100명 정도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