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의 신작영화 ‘하루낮 하루밤’ 신인 여배우 발탁, TV 연속극선 ‘리효심’ 데뷔
[북한]
대학 3학년 재학생 등 데뷔부터 주연 꿰차
자본주이 문화 노출 막으려 콘텐츠 다변화
베일에 가려진 북한 연예계에도 스타는 탄생한다.
북한 영화·방송계에 최근 신선한 얼굴들이 화려하게 데뷔하며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18일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종영한 TV연속극 ‘마지막 한 알’이 식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조선영화문학창작사 리안희 작가가 시나리오를 쓴 이 드라마는 총 6부작으로, 1970년대 세계 탁구대회를 제패한 ‘탁구여왕’ 박영순의 생애를 모티브로 한다.
지난 4월 3일 조선중앙TV에 처음 방송돼 지난달 종영했는데, 선수 시절의 박영순 역을 신인 배우 리효심(22)이 꿰찼다.
재일본조선인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리효심이 평양연극영화대학 배우학부 영화배우과 3학년 재학 중이라고 소개한 뒤 “많은 시청자가 그를 전문 탁구 선수 경력을 가진 배우로 착각하였다”, “진실한 연기 형상으로 보여주었다”며 극찬했다.
리효심은 종영 인터뷰에서 “미숙한 연기였지만 사람들이 어제날의 살아있는 박영순을 보는 것 같다고 이야기할 때 정말 흥분과 격정이 컸다”며 “그럴수록 자만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분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영화계에서도 신인 발굴이 이어졌다.
지난 4월 조선4·25예술영화촬영소는 예술영화 ‘하루낮 하루밤’을 공개했다.
전쟁노병 라명희를 모델로 한 영화로, 주연은 그간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다.
북한이 신작 예술영화를 내놓은 건 6년 만인데, 오랜만에 개봉하는 영화의 주연을 신인에게 맡겼다.
배우의 신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이 영화는 별도 시사회를 가진 데 이어 지난 4월 태양절(김일성 생일)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영화상영주간에 상영되는 등 북한 사회에서 이목을 끌었다.
사실 북한에서 예술은 체제 선전의 도구이므로 메시지의 전달자를 부각하지 않아 남한 사회와 같은 ‘스타’가 나오기는 어렵다.
특히 영화광이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영화·방송계는 쇠락을 거듭했다.
조선중앙TV에는 공훈배우, 인민배우 호칭을 받은 배우들의 수십 년 전 작품이 매일 재방송되는 실정이었다.
2016년작 예술영화 ‘우리집 이야기’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백설미가 반짝 주목받긴 했지만, 이후 그가 등장하는 작품은 대외에 공개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여파로 북한 유일의 국제영화제인 평양국제영화축전(PIFF)도 2019년을 끝으로 열리지 못했다.
그랬던 북한 영화·방송계에 올해 들어 신인 배우들이 등장한 것은 북한 문화정책에 일대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본주의 문화가 젊은이들에게 침투해 사상이 이완되지 않도록 콘텐츠 다변화에 나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일찌감치 예고됐던 투자 확대가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홍남 문화성 부상은 지난해 1월 28일 노동신문에 “새로운 5개년계획 기간에 무대예술 부문 전반에서 조명, 미술, 음향을 새 세기 맛이 나게 일신하는 것을 비롯하여 창작창조 활동의 과학화, 정보화, 현대화를 세계적 수준에서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