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1세 신원조회 강화·학교 보안 예산 지원…'레드플래그'법 장려

이번주 표결 목표…공화당 최소 10명 찬성해야 통과 가능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미국 연방상원의 민주당과 공화당이 21일 총기규제법안 세부 내용에 최종 합의했다고 AP와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당에서 총기규제 협상을 담당한 민주당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과 공화당 존 코닌 상원의원이 이날 기자들에게 초당적 총기 규제안을 공개했다.

80장짜리 규제안은 총기를 구매하려는 18∼21세의 신원 조회를 위해 미성년 범죄와 기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21세 미만의 총기 구입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관계 당국이 최소 열흘간 검토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더 많은 총기 판매업자에게 신원 조회 의무를 부여하며 총기 밀매 처벌을 강화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주(州)와 지역사회에 학교 보안 강화와 심리치료를 위한 예산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또 지금은 배우자나 동거자가 가정 폭력 전과가 있으면 총기 구매를 제한하지만 그 적용 대상을 함께 거주하지 않는 데이트 상대로도 확대한다.

위험하다고 판단된 사람의 총기를 일시 압류하는 '레드 플래그'(red flag) 법안을 도입하려는 주에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이런 조치를 위해 연방예산 약 150억달러(약 19조4천억원)가 소요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 법안이 가결되면 2032년 9월30일까지 유효하며 연장하려면 의회가 새로 입법해야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하고 민주당이 수년간 요구해온 '더 강력한 규제'는 공화당의 반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공격용 소총(돌격 소총)과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공격용 소총 구매 연령 상한, 사실상 모든 총기 판매에 대한 신원조회 등이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의회가 1993년 공격용 소총을 금지(유효기한 10년 만료)한 뒤로 29년 만에 의미 있는 총기 규제법을 마련하게 된다.

총기 사건이 일상인 미국에서 규제 목소리는 늘 있었지만 공화당과 전미총기협회(NRA) 등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뉴욕주 버펄로, 텍사스주 유밸디 총기 난사로 수십명이 숨지고 규제 강화 여론이 분출되면서 여야가 총기규제 협상에 돌입했고 12일 큰 틀에 합의했다.

머피 의원은 "30년 동안 살인, 자살, 총기 난사가 잇따랐지만 의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이번 주 우리는 30년의 침묵을 깨고 법을 개정해 수천명의 생명을 구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코닌 의원은 "어떤 사람은 규제안이 과하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타협은 그런 것"이라면서 "이 법안이 우리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상원이 미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을 앞두고 휴회하기 전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법안 심사를 바로 시작해 최대한 빨리 통과시키겠다고 했으며,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도 "법을 준수하는 시민의 헌법 2조(총기 소유)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면서도 끔찍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대중적 조치를 담은 상식적인 법안"이라며 지지를 표시했다.

수십 년간 총기규제를 막아온 NRA는 "법을 준수하는 총기 소유주의 헌법 2조 권리 행사에 불필요한 부담을 가하면서도 강력 범죄를 제대로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반대했다.

공화당 의원도 상당수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코닌 의원은 18일 열린 텍사스주 전당대회에서 규제 내용을 설명하다 야유를 받았다.

미국에서 연방 법률이 시행되려면 상·하원을 통과한 뒤에 대통령이 서명해야 하는데 하원은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보유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대 50으로 양분한 상원에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인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고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총 60표가 필요하다. 공화당에서 최소 10명이 지지해야 하는데 코닌 의원은 기자들에게 "최소 10표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