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연구팀, 멈춘지 수시간 지난 돼지 장기 특수 주사로 '사멸세포' 살려내기 성공

[헬스라인]

 의식 회복 못했지만 장기이식 치료 획기적 전기
 사망후 세포 재생·복원 가능 단서 제공 큰 의미
'죽음'의 정의 재정립 논란, 윤리 문제발생 우려

미국의 한 연구진이 죽은 지 한 시간이 지난 돼지의 심장과 간 등 장기들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심장이 멈췄던 돼지에 다시 피와 산소가 돌면서 일부 장기에서는 전기 활동도 감지됐다. 심장이 멎으면 죽고, 이는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에 예외가 생겨난 것이다. 장기이식을 개선할 기념비적인 연구라는 평가다. 이와함께  향후 윤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용액 투입하자 세포 살아나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네나드 세스탄 미국 예일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죽은 돼지의 장기 기능을 되살렸다는 연구 결과를 3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실었다.

세스탄 교수팀은 죽은 돼지 몸에 특수 개발한 오르간엑스(OrganEx) 용액을 투여했다. 용액은 항응고제, 영양분, 항염증제와 세포 사멸 예방제, 신경차단제와 돼지 피 등 13가지 화합물로 제작됐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1시간 전 심장이 멈춘 돼지에게 인공 심폐장치와 비슷한 펌핑장치를 연결하고, 혈관에 오르간엑스 용액이 돌도록 만들었다. 6시간 후 오르간엑스가 돼지 정맥과 동맥을 순환하자 죽은 돼지 심장에서 전기 활동이 감지됐다. 심장뿐 아니라 간, 신장, 뇌 등 주요 장기에서 세포 기능이 일부 돌아왔다.

반면 에크모(체외막 산소공급장치)를 통해 돼지 혈액만 흘러가게 한 돼지들은 전형적인 죽은 동물의 양상을 띠었다. 몸이 뻣뻣해지고 장기는 부어올랐으며 등에는 피가 고여 자줏빛 반점이 생겼다.

오르간엑스를 투여한 돼지에서는 산소와 혈액이 몸 구석구석으로 전달됐고, 간에서는 단백질 일종인 알부민이 대조군 돼지보다 훨씬 많이 생성됐다. 각 기관 세포들이 포도당에 더 반응해 신진대사가 시작된 징후도 포착됐다. 연구원들이 돼지 치료 후에 조영제를 주입하자 오르간엑스를 주입한 돼지는 머리와 목, 몸통을 꿈틀대기도 했다.

▶완전히 '살아났다'는 아냐

다만 오르간엑스를 투여한 돼지에게서도 의식을 회복했다는 뇌 활동은 관찰되지 않았다. 신체 조직 일부는 재생됐으나 완전히 릫살아났다릮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사망 이후에도 세포를 재생하거나 복원할 수 있다는 단서를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에 참여한 즈보니미르 브르셀자 연구원은 네이처에 "우리는 (동물이 죽었을 때) 세포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도록 만들었다"면서 "심장이 멈추면 몇 분 이내에 신체가 산소를 빼앗기고, 효소는 세포막을 소화하기 시작해 장기 기능이 무너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이 발견이 장기이식과 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며 환영했다. 게이브리얼 오니스쿠 영국 에든버러 왕립진료소 외과의는 "에크모 대신 오르간엑스 시스템을 통해 (장기를 더 오랜 기간 보존해) 장기 이식에 사용할 수 있는 장기 수를 크게 늘릴 수 있다면 이번 연구는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뇌졸중 환자 등에 도움 기대

예일대는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심장마비나 뇌졸중 환자의 뇌 손상을 예방하는 데 사용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물론 이 연구는 초기 단계라 현실에 적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험실에서 되살아난 돼지 장기'는 죽음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진다. 세포 단계에서 우리가 죽음이라고 부르는 과정이 거꾸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브렌던 페어런트 뉴욕대 의대 윤리·정책연구책임자는 "이번 연구는 죽음에 대한 의학적·생물학적 결정을 수정해야 할지 의문을 제기한다"며 "중환자 치료 과정을 재고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