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는 백인, 50%는 한국인으로 믿고 살아왔는데…'

[화제인물 / 입양한인 출신 美오리건주 국무차관] 

출생후 3개월만에 美 백인가정 입양
유전자 검사후 깜짝 "놀랍고 기뻤다"
한국인 특유'끈질김'탓에 더 강해져
친부모 찾아 나섰지만 아직 못찾아

"유전자(DNA) 검사를 했는데 제가 99.99% 한국인이라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3개월 만에 미국 오리건주의 한 백인 가정에 입양된 한인 셰럴 마이어스(65) 오리건주 국무부 차관은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감사해한다.

마이어스 차관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호텔에서 재외동포재단 후원으로 개막한 '제8차 세계한인정치인포럼'에 참가하고자 한국을 찾았다.

그는 17일 "5년 전 모국을 처음 방문해 친가족을 찾기 위해 DNA 검사를 했고, 그 결과를 받아보고는 아주 기뻤다"고 밝혔다.

성장 과정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느꼈던 마이어스 차관은 DNA 검사 결과를 받아보기까지 자신이 50%는 백인, 50%는 한국인으로 믿고 살았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100% 가깝게 한국인이라는 검사 결과를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후 자신과 똑같은 정체성을 가진 친가족이 궁금해 진지하게 찾아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서울 출생이고, 1957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해외에 입양됐다는 기록 외에 어떤 기록도 찾지를 못했다.

"그래도 한국에 오면 왠지 마음이 편하고 좋아요. 저랑 닮은 사람들 뿐이잖아요. 오리건주에서 성장할 때는 주위에 아시안이 거의 없었기에 저만 다르다고 생각했죠.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택시 운전사가 '한국인이 왜 영어를 하느냐'고 말해 당황했지만, 이후 마음은 편했습니다."

백인과 다른 사람이란 인식 때문에 '회복력', '끈질김'이 생겨 더욱 강해졌다는 그는 인터뷰를 보고 가족이 찾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1월 오리건주 국무부 차관직에 올랐다.

주지사실에서 경제, 비즈니스, 자산관리 등의 디렉터 등을 통해 경력을 쌓은 그는 8년 동안 선출직인 주 교육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면서 주지사, 국무장관, 법무장관 등과 친교를 했던 점이 차관 자리까지 오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국무차관은 240명의 직원을 통솔하면서 선거 관리, 법률 등 기록관리, 회계 감사, 인사 관리 등을 한다. 오리건주 인구는 400만명 정도이며 이 가운데 한인은 4% 미만이다.

마이어스 차관은 "최근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늘었다"며 "현대, 기아자동차가 도로를 질주하고 있어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한국과 오리건주간의 관계 증진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입양 한인들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자 홀트 인터내셔널 이사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