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대게 서식 산지 11년새 10분의 1토막…갑작스런 어획량 급감 '수수께끼' 

[뉴스인뉴스]

 "찬 바닷물 찾아 심해로 이동" 등 추측 만발 
 천적 포식자 등장· 외계인 납치설 까지 다양
 전문가들 "기후변화 탓" 주장, 어업 궤멸 우려

전 세계 게 주요 산지 중 하나로 꼽히는 알래스카 바다에서 서식 중인 대게 개체 수가 지난해 10분의 1로 급감하는 등 왕게와 대게들이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러시아 해역이나 심해로의 이동설을 비롯해 천적 등장설, 외계인 납치설까지 다양한 이론이 등장했지만 수수께끼가 아직 풀리지 않은 가운데 과학자들은 한목소리로 알래스카 왕게·대게의 실종이 기후변화와 관련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1일 워싱턴포스트(WP)는 2008년 2720만 파운드(약 1만2338t)에 달했던 알래스카 해역에서의 왕게 어획량이 지난해 600만 파운드로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왕게보다 약간 작지만 알래스카 게 어획량의 가장 큰 부분(연 2억 달러 규모)을 차지하는 대게의 경우 동부 베링해 해역에서의 서식 규모 추정치가 2009년 20만2300t에서 2020년 2만6700t으로 급감해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매체에 따르면 알래스카산 왕게·대게 어획량은 지난 10여 년간 천천히 감소해왔다. 하지만 2018∼2019년 과학자들은 바다 밑바닥에 기록적인 숫자의 어린 대게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어민들은 이후 어획량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대게 시즌이 당도하자 게들은 사라진 상태였다.

알래스카 바다에 서식하는 3대 게 중 왕게·대게가 사라진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게들이 더 차가운 바닷물을 찾아 북서쪽 러시아 해역으로 이동했거나 대륙붕에서 심해로 이동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새로운 포식자가 등장했거나 게들이 서로를 잡아먹었다는 가설까지 등장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알래스카 수산과학센터의 과학·연구 책임자인 밥 포이는 “명확한 이유를 설명할 수있는 데이터가 없다”며 “확실한 것은 2019년 극심한 폭염이 있었고 전에 살지 않던 지역으로 수많은 어류와 게가 이동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양생물학자들과 어민들 모두 게들의 실종이 기후변화와 관련 있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하고, 이번 사태는 기후변화가 기존 어업에 궤멸적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라고 우려했다.
알래스카 왕게·대게의 실종은 미 식당업계와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식당업계는 알래스카 게들의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지난 3월 미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대러시아 제재를 확대하면서 보드카·다이아몬드 등과 함께 러시아산 생선을 비롯한 해산물 수입을 금지한 상태다. 알래스카 서부 해안지역의 경우 게 어획량 감소로 관련 가공시설 등의 가동률이 떨어진 데다 지역공동체 운영비의 85%를 감당하던 어획세가 급감해 고민에 빠졌다. 관계자들은 어획량 급감이 장기화할 경우 지역사회 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