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전국 강타한 '매미'보다 강할 것으로 전망

제주·전남·부산 등 지자체 대비 나서…행사·축제 속속 연기

(전국종합=연합뉴스) 태풍 힌남노가 강한 세력을 유지하며 북상한다는 소식에 제주와 남부지방 등 태풍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점차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중심기압 920헥토파스칼(hPa),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54m에 강도는 '초강력'인 태풍으로, 타이완 타이베이 남동쪽 550㎞ 해상에 있다.

힌남노는 타이베이 남동쪽 해상에서 세력을 유지하면서 한동안 정체하다가 오는 3일부터 점차 속도를 내 한반도를 향해 북상, 6일 새벽 제주도 동쪽 해상을 지나 같은 날 오후 3시께 부산 동남동쪽 50㎞ 해상까지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힌남노는 아직 경로가 유동적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예보 상 힌남노는 2003년 전국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남겼던 매미보다도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새벽 힌남노가 제주 동쪽 해상을 지날 때 강도는 '매우 강'으로 예상되는데, 2003년 매미가 제주에 근접했을 때의 강도는 '강'이었다.

'매우 강'은 최대풍속이 초속 44∼54m에 이르는 경우로, 바람에 사람이나 커다란 돌이 날아갈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태풍 영향권에 접어들게 될 제주도에서는 지자체 등 관계기관이 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제주도는 이날 오후 양 행정시와 43개 읍·면·동장이 참여한 가운데 태풍 북상 대비 사전 대책회의를 열어 태풍 피해 예방을 위한 분야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도는 배수구와 맨홀 등 호우 피해 예상 시설물을 중심으로 점검과 정비를 하고 저지대·농경지 침수, 축대 붕괴와 비닐하우스, 농축산 시설, 양식시설 등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찰 활동과 안전조치를 강화할 방침이다.

오는 2일에는 오영훈 도지사 주재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부서별 사전 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재해 취약지 현장 점검에도 나설 계획이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연안 사고 위험예보를 관심 단계에서 주의보 단계로 격상, 위험 구역에 출입 통제선을 설치하고 물놀이와 낚시 등 연안 활동을 통제할 방침이다.

전남도도 이날 박창환 정무부지사 주재로 실·국 및 도내 22개 시군이 참여하는 태풍 대비 상황판단 회의를 열고 취약지 선제적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추석을 앞두고 수확기에 접어든 농작물 피해 최소화를 위한 배수로 정비·지주시설 보강·수산물 양식장과 가두리 시설 안전조치 강화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또 해안가 저지대 침수피해 예방을 위해 재해 예·경보시설, 배수시설, 위험지역 폐쇄회로TV 가동 상태 등도 점검한다.

경남도도 지난달 31일 18개 시·군이 참여한 가운데 태풍 대비 상황회의를 열고 대처상황을 선제 점검했다.

도는 배수펌프장과 재해 예·경보시설, 배수시설, 위험지역 CCTV 가동상태를 점검하는 등 해안과 저지대 침수피해 대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수확시기에 접어든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배수로를 정비하고 과수 지주시설을 보강하도록 했다.

강풍에 대비해 양식장과 해상가두리 시설 등에 대한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공사장 타워크레인·낙하위험물·옥외 광고물에 대한 점검도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부산시도 2일 오전 박형준 시장 주재로 대책 회의를 열어 분야별로 태풍 대비태세를 점검하기로 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시민안전실을 중심으로 태풍 특보가 발효되면 곧바로 비상 근무체제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구·군별로는 저지대 침수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배수구를 정비하고 배수 펌프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있으며 시설물 점검과 산사태 위험지역 예찰 활동도 벌이고 있다.

강원도도 태풍 피해 최소화를 위해 재해에 취약한 시설물과 침수 우려지역 등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오는 2일에는 관계 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비상 대응 체계를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를 본 도민들이 이번 태풍으로 다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태풍 소식에 각종 축제와 행사도 속속 연기되고 있다.

제주시는 오는 3일 예정됐던 2022 제주레저힐링축제 개막 행사를 오는 17일로 연기했으며 오는 4일까지 열 예정이던 힐링레저스포츠체험은 추석 이후로, 3∼4일 열 예정이던 전국인라인하키대회는 오는 17∼18일로 각각 미뤘다.

오는 3일 열릴 예정이던 서귀포 건축문화 기행 프로그램도 오는 17일로 연기됐다.

경북 경주엑스포대공원도 오는 2일부터 2022 동아시아 문화도시 경주 개최를 축하하는 등불 축제를 열기로 했다가 개장을 오는 7일로 잠정 연기했다.

(황봉규 이상학 손대성 민영규 여운창 박지호 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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