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탈영병 될래"…최근 '형량 강화' 법 개정에도 국외 탈출 행렬

'무비자 입국' 항공편 매진에 '발 동동'…핀란드 접경에도 몰려

'푸틴 입' 아들도 손사래…상류층 자녀들 징집 회피 '백태' 연출될 듯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예비군을 대상으로 한 부분적 동원령을 내리면서 해외로 빠져가려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국이 곧 국경을 닫을 수 있다는 공포감도 확산하고 있다.

22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러시아 당국이 징집 기피자가 국외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을 닫지는 않았지만, 많은 이들은 이것이 다음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동원령 발표 수 시간 전부터 징집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튀르키예로 향하는 항공편이 매진되는 등 국외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모스크바에서 무비자로 갈 수 있는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예레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제르바이잔 바쿠 등의 직항편은 매진됐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5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폴란드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3국이 최근 러시아 관광객 입국을 불허하기로해 육로를 통해 러시아를 빠져나가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나머지 한곳인 핀란드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러시아와 접한 핀란드 국경에는 지난 밤사이 통행이 늘어나 평소보다 많았고 이 같은 상황은 22일 오전까지 이어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핀란드 국경 경비대를 인용해 전했다.

국외로 나가는 데 성공했더라도 징집이 됐는데 돌아오지 않을 경우 '탈영'으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러시아 상원은 지난 20일 하원(국가두마)이 의결한 군기 위반 병사에 대한 처벌 강화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개정안은 동원령이나 계엄령 중 부대를 탈영한 병사에 대한 최대 형량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렸다.

러시아 국영 기업들은 이미 소집 통지서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는 "우리의 동료들 중에는 군 복무를 하고 전투 경험이 있는 이들이 있다"면서 "그들 가운데 일부는 소집 통지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거의 15년 전에 징집병으로 복무한 러시아 시민 알렉산드르(33)씨는 자신은 전투 경험은 없기 때문에 이번 동원령에서 상대적으로 후순위일 것이라면서도 소집 통지서를 받고 전선으로 보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나는 이번 전쟁에서 싸우느니 조국을 떠나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그럴 경우 10년가량 수감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군대에 가는 것을 피할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의 아들은 한 방송에서 이번 전쟁에 징집됐다는 '가짜 전화'를 받자 "다른 수준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이를 두고 그를 포함한 러시아 상류층은 이번 전쟁에서 전사할 생각이 없으며 다른 평범한 시민들과는 달리 징집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