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상천외' 저수지 SLBM 발사…軍 "실효성·은밀성 의문"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북한이 남측에서 그간 상상하지 못했던 미사일 발사 수단을 강구하면서 군의 원점타격과 대북 감시체계에 허점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이 열차에 이어 저수지에서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의 킬체인(Kill Chain)이 유사시 제대로 작동해 군사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평북 태천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저수지에서 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었다고 지난 10일 관영매체를 통해 발사 사진까지 공개했다.

당시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이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발사된 지대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이라고 초기 분석했는데 발사 플랫폼과 미사일 탄종이 실제와는 달랐다.

북한이 저수지 발사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방식을 창조해낸 이유로는 우리 군의 정찰·감시를 피하려는 목적이 크다.

북한이 먼저 발사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더라면 저수지에서 쐈는지 알 수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입장에서는 감시망을 피했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었다.

북한이 저수지에서 쏜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탄도미사일을 수중에서 쏠 수 있도록 개량한 모델로 분석된다. '미니 SLBM'으로 불리고 있다.

풀업(상하) 기동이 가능해 요격이 어려운 KN-23을 다양한 형태로 개발하고 있는데, SLBM으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14일 쏜 KN-23은 평북 의주 일대에서 '철도기동 미사일연대'가 발사했다.

당시 북한은 "전국적인 철도기동 미사일 운용체계"를 언급해 각 도에 철도기동 미사일연대를 편성했음을 시사했다.

이런 동향에 대해 군 관계자는 "한미 감시를 회피하기 위한, 또 우리의 킬체인 능력을 상당히 의식한 궁여지책"이라고 말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도 "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우리가 북한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면 킬체인으로 대응하겠다고 하니 탐지하지 못 하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킬체인은 적의 탄도미사일을 추적해 선제 타격하는 일련의 방어체계를 뜻하며 정보·정찰·통신 인공위성, 정찰기, 조기경보기 등 각종 정찰 자산이 킬체인에 포함된다.

국방부는 우리 정찰·감시 능력이 상당한 수준이라면서도 "완전성을 위해서는 추가 확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사일 조기탐지 능력 강화를 위해 지상뿐만 아니라 해상 탐지자산을 확보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온갖 형태의 미사일 투발 수단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관측도 있다.

철도 기동 미사일은 과거 미국·러시아 등이 먼저 도입했다가 모든 국민을 상대 공격 표적으로 노출한다는 등의 비판 때문에 포기한 바 있다.

북한 철도망은 2019년 방중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돌아가는 길에 탄 열차가 신의주에서 평양까지 225㎞ 거리를 11시간 걸려 주파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열악해서 유사시 실질적으로 전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저수지 발사는 SLBM의 존재 이유인 은밀성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수중 움직임 파악이 쉽지 않은 잠수함이 어디서 쏠지 모른다는 것이 SLBM의 효용성인데 저수지는 일종의 '고정 발사대'이기 때문이다.

이에 저수지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SLBM이 아니라 단순 '수중 발사' 또는 '저수지 발사'로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 기후를 고려하면 겨울철 영하 기온에서 운용이 불가능하리라는 점도 저수지 발사의 명확한 제약 조건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잠수함 건조가 제한되는 환경 속에서 미사일 발사대의 생존성 확보 목적일 가능성, 시험발사 시설 구축 목적일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