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키이우 현지 거주 고려인협회장·교민 인터뷰

"발전소 연기인지 미사일인지 헷갈려…주유소에 긴줄"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미사일 폭격인지 발전소 연기인지 헷갈렸다."(개리 김 고려인협회장)

"밤에는 가로등조차 꺼져 어둠만 남았다. 언제 폭격할지 모르니…"(교민 유모씨)

러시아가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등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가하면서 평온했던 키이우의 일상이 다시 불안에 휩싸였다.

키이우 중심과 15㎞가량 떨어진 북쪽 벨라루스 접경 지역에 거주하는 고려인 3세 개리 김(김 이고르·48) 전(全)우크라이나 고려인협회장은 11일 연합뉴스와의 줌(zoom) 화상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담담하게 되짚었다.

미사일이 떨어진 전날 오전 8시 15분께 김 협회장은 출근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폭발음이 들렸지만, 우리에겐 일종의 '습관' 같았다"며 "위험하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는 났지만 미사일 폭격인지 발전소 연기인지 헷갈렸다"며 "소리도 어디서 나는지 몰랐고 군부대에서 들려오는 훈련 소리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폭격 소리는 키이우 주민들에게 '일상'이었다.

키이우 밖으로 출장이 예정돼 있던 김 협회장은 차에 주유를 하려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그는 "오전 10시께 주유소에 15∼20대 정도의 차가 줄지어 서 있었다"며 "이유를 물어보니 '미사일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공습으로 인해 석유와 가스를 얻기 어려워질 수 있어 주민들이 대비에 나선 것이다.

이날 폭격을 맞은 중심지로부터 지하철로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김 협회장의 사무실에는 직원들 절반이 출근했다.

김 협회장은 "계속 비가 오다 4일 전부터 날씨가 정말 좋아져 다들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며 "그 시간에는 운동하거나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주로 있었을 테고 학생들의 피해가 가장 컸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키이우 중심과 7㎞가량 떨어진 지하철 종점역 인근에 거주하는 교민 유모(65)씨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갔다가 폭격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유씨는 키이우에 12년째 거주 중이다.

유씨는 "오늘도 7시 40분부터 8시까지 시내, 부차, 남부 등 3곳에서 동시에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며 전날부터 이어지는 불안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밤에는 가로등이 꺼져 있어 완전히 어두운 상태"라고 말했다. 가로등을 켜놓으면 러시아군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게 유씨의 설명이다.

유씨에 따르면 거주 지역 인근 수도공사 등 관공서도 모두 문을 닫았고, 시 중심을 지나는 도로는 모두 봉쇄됐다.

유씨는 "군인들 얘기로는 부차 공습 때처럼 시가전은 벌이지 않더라도 미사일 공격은 계속 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불안한 상황에서 유씨가 기댈 곳은 교민사회다. 그는 키이우에 거주 중인 교민들과 "아침마다 전화한다"며 다행히 아직 교민 피해 사례를 듣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김 협회장에 따르면 키이우에는 최근 위험 지역에서 대피한 고려인들을 포함해 최소 500명의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다.

폭격으로 고려인들의 피해가 있었는지 묻자 그는 "있었으면 고려인 채팅방에 올라왔을 것"이라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한국 교민들 관련해서도 "이미 봄에 대사관이 교민들을 모두 철수하도록 했기 때문에 한국인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cui7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