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마리 폐사한 채텀제도서 40㎞ 떨어진 피트섬서 수일만에 또 떼죽음

무리 지어 사는 돌고래 집단 폐사 종종 벌어져…지구 온난화 영향 주장도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최근 뉴질랜드에서 수백마리의 둥근머리돌고래가 해변에 떠밀려와 떼죽음한 지 며칠 만에 부근 해변에서 또 다시 동종고래 240여마리가 집단 폐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11일(현지시간) 뉴질랜드텔레비전(TVNZ) 방송 1뉴스 등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뉴질랜드 환경보호부는 남섬 동부에서 남동쪽으로 860㎞ 정도 떨어져 있는 피트섬 해변에서 240마리의 둥근머리돌고래가 떠밀려 왔으며 모두 폐사했다고 밝혔다.

환경보호부 해양기술 고문인 데이브 룬드퀴스트 박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환경보호부 기술팀이 지난 10일 피트섬의 돌고래 집단 좌초 상황을 파악하고 생존한 고래들을 안락사시켰다고 밝혔다.

룬드퀴스트 박사는 "이 지역에는 상어가 서식하고 있어 고래 인양을 시도할 경우 상어로부터 공격받을 위험이 있다"라며 "안락사는 절대 쉽지 않은 선택지지만 이번 사건에선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이번 일은 뉴질랜드에서 대규모 돌고래 집단 폐사 사건이 벌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것이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뉴질랜드 본토에서 남동쪽으로 800㎞ 정도 떨어진 채텀제도 북서쪽 해변으로 둥근머리돌고래 약 250마리가 떠밀려왔다. 이때도 뉴질랜드 환경보호부는 상어의 공격이 우려돼 인양을 시도하지 않고 안락사를 선택했다.

당시 사건이 벌어진 해변은 이번 돌고래 폐사 사건이 벌어진 곳에서 불과 40㎞ 떨어져 있다.

뉴질랜드 동물구조 자선단체 프로젝트 조나에 따르면 호주와 뉴질랜드 남부 심해는 아열대 해양과 남극해가 만나는 지역으로 해양 생물이 풍부해 둥근머리돌고래가 대규모 군락을 형성해 살아간다.

워낙 많은 돌고래가 군집해 살다 보니 돌고래들이 집단 좌초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돌고래들이 먹이를 쫓아 해변 근처까지 너무 깊숙이 접근하다 모래톱에 걸리면서 집단 좌초하는 경우가 있다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한다.

뉴질랜드에서는 1918년 둥근머리돌고래 약 1천 마리가 좌초해 집단 폐사했고, 2017년에도 뉴질랜드 남섬 북단 페어웰스피트의 모래톱에 400마리의 고래가 좌초해 죽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호주 남부 태즈메이니아섬 해변에 둥근머리돌고래 230마리가 좌초했고, 지난주에도 뉴질랜드 채텀제도에서 250마리가 넘는 돌고래가 집단 폐사하는 등 이 같은 일이 자주 반복되면서 지구온난화 등 인간에 의한 자연 변화가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뉴질랜드 매시 대학의 고래 전문가 카렌 스토클린 교수는 라니냐와 엘니뇨와 같은 수온 변화로 먹이를 찾는 돌고래들이 해안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경우가 늘면서 집단 좌초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