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 조짐…미국도 "경계심 풀 때 아냐"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올겨울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 각국에서 소강상태였던 코로나19 유행이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끌어온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올겨울 '트윈데믹' 가능성을 경고했다.

파우치 소장은 10일 CNN에 "인플루엔자(독감) 시즌으로 상황이 더 복잡해질 겨울철에 접어든 탓에 갈 길이 멀다"며 "코로나19든 다른 것이든 어떤 호흡기질환이 늘어날 위험이 상존하는 추운 계절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감이 문제"라며 먼저 겨울을 보낸 남반구의 호주에서 올해 독감이 심각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발언은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지난 5일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한 주간 코로나19 발생 사례는 직전 주보다 6% 감소했으나 유럽에서는 8% 증가해 150만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미국 ABC방송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9월 넷째주에 인구 50명당 1명(약 110만명 추정)이 감염돼 1주일 전 65명 중 1명(약 86만명)보다 늘어났다.

프랑스에서는 특히 80세 이상 고령층에서 코로나19가 급증세를 보이면서 감염률이 31% 증가했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신규 입원 환자와 사망 사례도 증가세에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의료보건 싱크탱크인 짐베(GIMBE) 재단의 집계에 따르면, 9월 28일부터 10월 4일까지 1주간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입원환자가 전주보다 32% 증가했고, 집중 치료를 해야 하는 입원환자는 21% 증가했다.

미국은 아직 재확산 조짐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 데이터를 보면, 미국의 주간 일평균 코로나19 사망자는 이달 5일 기준으로 323명으로, 올해 2·3월의 1천∼2천500명에 비해 크게 감소한 상태다.

CDC는 오는 20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통계를 매일 제공하지 않고 주간 단위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상황이 안심할 단계는 아니며, 최근 유럽에서 코로나19의 증가세가 미국 재유행의 전조일 수 있다는 경고는 계속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대 감염병 전문가인 피터 친 홍은 ABC 뉴스에 "겨울이 다가오고 추운 지역에서 감염 사례가 증가하기 시작하는 것은 예전에도 일어난 일"이라며 "게다가 올해는 예전보다 제한 조치가 더 적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 뉴욕, 그다음 미 서부로 가는 것이 패턴"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CDC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수준은 미 북동부와 중서부 일부 지역에서 조금씩 늘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CNN에 "지금은 확실히 경계심을 내려놓을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끝났는지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오'가 될 것"이라며 "지금보다 훨씬, 훨씬 낮은 (유행) 수준을 다루는 상황이 돼야 내가 괜찮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에서도 최근 1주일 사이 인플루엔자(독감) 환자수가 45% 급증하는 등 '트윈데믹'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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