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째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핵 공격 가능성 엄포…'제 3차 세계 대전 임박'불안감도

세계 최강의 핵탄두 보유 대국
미국 3508개 vs 러시아 256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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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령 승부수 실패로 끝날 경우 
푸틴 핵무기 실전투입 결단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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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가 우크라 외 나토국 공격시엔
美, 전술핵 배치 등 참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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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세계최대 규모 핵잠수함 보유
최대 120일 연속 작전수행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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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해에서 핵무기 쏴 위협하거나
'자포리자 원전시설'타격할 수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8개월째를 맞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비난과 만류에도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결사항전을 다짐하며 맞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올겨울을 넘겨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핵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최악의 ‘아마겟돈(Armageddon·인류 최후의 전쟁)’ 위험에 처했다”고 밝히면서 ‘제3차 세계대전’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우울한 전망이 커지고 있다.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편집자주>

▣ 러시아의  침공 이유와 전황
러시아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침공 이유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거주하는 러시아인을 해방하기 위함이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정부를 ‘네오나치(Neo-Nazis)’라고 주장하며 이들이 러시아인을 박해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전면전 대신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침공을 정당화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움직임도 러시아를 자극했다. 일각에선 소련 해체 이후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잃어간 러시아의 부흥을 노린 푸틴 대통령의 과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군은 침공 초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점령 작전에 실패한 뒤 남동부로 방향을 틀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미국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군의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됐고 남부 헤르손주 일부를 탈환했다. 최근엔 동부 도네츠크주 최대 요충지인 리만을 수복한 데 이어 루한스크주에도 처음으로 진입했다.

▣우크라이나 강제 병합지 상황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반격이 거세지자 지난달 23일 도네츠크주·루한스크주·자포리자주·헤르손주 등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에 대한 합병 주민투표를 진행했고 사실상의 강제 투표로 압도적인 찬성률을 받아냈다. 상·하원 인준과 대통령 서명까지 병합 절차를 일사천리로 끝낸 러시아는 이들 지역에 대한 러시아화 작업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5일 “병합지를 차분하게 개발하겠다”며 “우리는 지금도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큰 존중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속된 러시아군의 패퇴에 국경조차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합병이 얼마나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졌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목숨을 걸고 병합지를 탈출하는 민간인도 속출하고 있다.

▣러시아의 동원령 선포 후폭풍
수세에 몰린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예비군 30만 명을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하겠다는 동원령을 선포했다. 하지만 근거 없는 마구잡이 징집에 총기 난사 사건까지 벌어지는 등 소란이 가시지 않았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 거주자 대신 타타르족 등 소수민족을 ‘총알받이’로 내보낸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동원령 효과도 미지수다. 징집된 예비군이 실제 전장에 투입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훈련도 제대로 돼 있지 않고 보급품도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만약 동원령 승부수가 실패로 끝날 시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실전 투입을 결단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없지않다.

▣러시아 핵무기 규모와 성능
최근 러시아 국방부 핵 장비 전담 부서 소속 열차가 우크라이나 전방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러시아의 핵사용 사용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최강의 핵무기 전력을 자랑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가 보유한 핵탄두는 총 7454개로 이 가운데 전략(strategic) 핵탄두는 2565개에 달한다. 비전략(non-strategic) 핵탄두는 1830개, 비축(reserve) 핵탄두는 2889개다. FT는 “러시아가 보유한 핵탄두는 특정 지역의 목표물을 파괴하도록 설계됐다”며 “미국이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보다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길이 184m, 폭 18.2m에 달하는 핵잠수함 ‘벨고로트’도 러시아군의 자랑이다. 현존하는 핵잠수함 가운데 최대 규모인 벨고로트는 최대 120일 해저에서 연속으로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벨고로트가 탑재한 핵 어뢰 ‘포세이돈’은 2메가톤(Mt) 이상의 폭발력을 지녔다.

▣러시아 핵무기사용 가능성
가능성은 반반이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움직임이 포착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푸틴 대통령이 궁지에 몰려 자신의 등이 벽에 닿았다고 느끼면 상당히 위험하고 무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FT는 크게 3가지로 러시아 핵무기 사용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FT는 우선 “러시아가 아무도 죽이지 않는 핵무기를 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흑해 깊은 곳이나 무인도에서 시위성으로 핵무기를 터뜨려 서방을 위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 군사 시설 정밀 타격이다. FT는 러시아가 볼모로 잡은 자포리자 원전 공격을 예로 들었다. 마지막으로 FT는 나토 회원국을 겨냥한 직접 타격을 거론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나토에 대한 전면전을 운운하는 배경이라고 FT는 설명했다.

▣ 핵무기 사용시 미국 대응
미국은 총 5702개의 핵탄두를 보유했다. 전략 핵탄두는 3508개로 러시아(2565개)보다 다소 많다. 비전략 핵탄두는 230개, 비축 핵탄두는 1964개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시 미국과 서방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지금으로선 전혀 알 수 없다”며 물음표를 남겼다. 다만 FT의 세 번째 시나리오처럼 나토 회원국이 핵 공격을 받았을 땐 전면전을 피할 수 없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회원국 가운데 한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나토 전체가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나토 헌장 5조가 발동되고 미국이 핵무기로 반격할 명분이 생긴다. FT는 “모스크바는 미국의 파괴적인 핵 보복 공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5일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면 치명적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의 나토 회원국 전술핵 배치도 거론된다. 실제로 폴란드 정부는 5일 미국에 핵무기 배치를 공식 요청했다.

▣핵 전쟁시 피해 규모
영국 BBC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 히로시마에서 14만6000명을 죽인 원자 폭탄은 15킬로톤(kt)이었다”며 “오늘날의 핵탄두는 1000kt이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파국이 펼쳐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FT도 미 육군 연구를 인용해 1kt 탄두가 자포리자 원전 90m 이내에 폭발한다면 ‘제2의 체르노빌’ 사태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2Mt급의 폭발력을 지닌 포세이돈이 연안 해저에서 터지면 높이 500m의 ‘방사능 쓰나미’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크리스토퍼 포드 전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포세이돈에 대해 “미국 해안 도시를 방사능 쓰나미로 덮어버릴 계획으로 설계된 무기”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쓰나미 피해를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