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등으로 퍼진 끔찍한 영상 보고 충격…우울감 호소"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IT 강국이자 초고속 통신망으로 연결된 '초연결' 사회인 한국에서 이태원 참사의 걸러지지 않은 참혹한 영상이 퍼지면서 이를 본 많은 이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WSJ은 한국인들이 참사 이후 온라인으로 전파된 끔찍한 장면들을 접하면서 공포감과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하면서,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망이 잘 깔려 있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이런 일이 일어나기 쉬웠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여서 온라인이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널리 퍼진 연결성 덕택에 튼튼한 디지털 생태계가 조성돼 있으며, 5G가 전체 휴대전화 회선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등 5G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매체는 소개했다.

이렇듯 한국은 초연결 사회의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이 부작용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WSJ은 여과되지 않은 사고 영상 등은 29일 밤 경찰이 참사 현장에 출동한 이후부터 온라인에 올라오기 시작해 널리 퍼져나갔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뉴스 매체들은 대부분 영상을 편집하거나 흐리게 처리해 시청자들에게 주는 충격을 줄였으나, 사건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이 직접 올린 영상과 사진은 여과 없이 그대로 퍼져나갔다. 이 때문에 여러 소셜미디어 사이트에 실린 영상 일부에는 여전히 사람들의 얼굴이 식별 가능한 상태로 나온다.

WSJ는 사고 다음날인 30일 새벽 4시에 우연히 잠에서 깼다가 트위터에 올라온 사고 현장 영상을 보게 된 여대생 정현지(21)씨의 사연을 예로 소개했다.

정씨는 "(사고 현장 영상들을) 보고 싶지 않았는데, 여러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계속 올라오더라"라면서 그 후로 매일 오전 4시만 되면 잠이 깨고, 사고 현장 장면들이 계속 떠오른다고 말했다.

사무직 노동자인 에스더 황(36)씨는 이태원 참사 관련 영상은 물론이고 기사를 읽는 것도 자제하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기업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관리하는 일을 하는 프리랜서 유지윤(31)씨는 이태원 참사 현장 영상에 달리는 악성 댓글 때문에 스트레스로 잠을 잘 이루지 못해 하루 수면 시간이 2시간 이하로 줄었다며 "인간이 얼마나 저열해질 수 있는지 그 바닥을 봤다"고 말했다.

WSJ은 문제 해결에 나선 한국 정부의 조치도 소개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이태원 참사 관련 개인정보 침해 상황을 11월 한 달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모자이크되지 않은 피해자의 얼굴 사진이나 동영상 등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삭제토록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충격을 받은 시민들이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서울시를 통해 심리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언급했다.

limhwas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