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선박편 통해 가족 기다리는 본국으로 시신 송환

(전국종합=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로 이역만리 타국에서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한 외국인 희생자들의 시신이 고국의 품에 속속 안기고 있다.

이번 참사의 유일한 베트남 국적 피해자인 A(20)씨 시신은 지난 2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호찌민행 비행기에 실려 본국으로 옮겨졌다.

참사 이후 경기 부천 순천향대병원에 안치됐던 A씨 시신은 지난 1일 발인 후 인근 방부 처리 해외운송 업체에 맡겨졌다가 이튿날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송됐다.

무남독녀 외동딸인 A씨는 2년 전 한국에 홀로 입국해 고시원에 살면서 대학을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현지 언론은 A씨 모친이 딸의 사망 소식을 듣자마자 혼절했다고 보도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러시아 국적 고려인 B(25)씨 시신도 4일 오후 동해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블라디보스토크행 국제여객선에 실려 러시아로 운구된다.

한국에 먼저 정착한 아버지를 따라 1년 6개월 전 입국해 유치원 영어강사로 일했던 B씨는 생전에 한국을 지극히 사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지난 7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년 전 한국어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한국으로 왔다. 그냥 여기서 살고 싶었다. 지금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수원 성빈센트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던 30대 남성을 비롯한 이란인 희생자 5명 시신도 이날 저녁부터 본국으로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북부 병원과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던 외국인 희생자들의 본국 송환 절차도 시작됐다.

일산동국대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호주인 시신은 이날 오전 방부 처리를 위한 시설로 옮겨졌고 4일 오후 항공편으로 떠날 예정이다.

의정부 을지대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는 러시아인 2명도 이번 주 본국 송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들의 송환 역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항공편을 이용하기는 어려워 강원도 동해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배편을 이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156명 중 외국인 사망자가 26명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사망자의 출신지는 이란이 5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 4명, 러시아 4명 등이다.

우리 정부는 외국인 사망자 유가족의 편의를 위해 한국 입국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고 외국인 사망자에 대해 내국인과 동일하게 장례비 1천500만원, 구호금 2천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권숙희 최종호 최은지 김상연 신민재 기자)

sm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