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매몰 사고 9일여 만에 구조 광부 2명 "조금씩 물에 타서 밥처럼 나눠 마시면서 버텨"

[뉴스인뉴스]

12g 한 포에 생존 필요 최소 영양 가치 고루 담겨
한국 빛낸 발명품…새로운 '비상 식량'으로 부상

▣비상 식량의 조건

조리하지 않고도 먹을 수 있고 
포만감 없어도 높은 열량 지녀
장기 보관하더라도 상하지않아 
부피가 작고 가벼워 휴대 편리

경북 봉화군 광산에서 사고 221시간 만인 지난 4일 밤 극적으로 생환한 광부 두 명이 “커피믹스를 마시며 버텼다”고 얘기하면서 커피믹스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구조당국 등에 따르면 구조된 박모(62) 씨와 또다른 박모(56) 씨는 고립 당시 보유하던 커피 믹스를 밥처럼 먹으면서 버텼다. 경북소방본부 소속 관계자는 “고립자들은 가지고 있던 커피믹스를 밥처럼 드셨다고 했다”고 말했다. 보조작업자의 조카 역시 안동병원 앞에서 “삼촌과 동료분은 커피믹스를 조금씩 물에 타서 한 모금씩 서로 나눠 마시면서 버텼다”고 진술했다.
재난 전문가들은 비상식량의 조건으로 ‘조리하지 않고 먹을 수 있고’ ‘포만감 없어도 높은 열량을 지녀야 하며’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휴대가 편리하도록 부피가 작고 가벼워야 한다’는 점을 꼽는다. 건빵이나 미군 전투식량인 MRE가 해당한다. 이번 '봉화의 기적'을 계기로 세계인들의 새로운 비상식량으로  한국인이 만든 커피믹스도 포함돼야 할 것 같다.

쓴맛 단맛 절묘한 조화
극한 추위 남극서 인기

‘기적의 비상식량’으로 주목받는 커피믹스는 국내뿐 아니라 남극에서도 인기다. 우리나라 남극 과학기지를 방문하는 외국인 연구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국 제품 1위가 바로 커피믹스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는 커피머신이 있어서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등을 쉽게 마실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인 연구원들은 한국산 커피믹스를 집어든다. 
커피믹스는 커피의 쓴맛과 설탕의 단맛 사이에 절묘한 조화를 이룬 황금비율을 자랑한다.  극한의 추위와 싸워야 하는 남극의 기후조건으로 인해 신체 에너지 소모가 많아 당이 함유된 커피믹스를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력, 기력 바닥 '산꾼'
산악인 등에게 필수품

산꾼들 사이에서도 생존에 직결되면서도 가벼워서 짐 무게를 줄일 수 있어 꼭 챙겨야 할 물품으로 커피믹스가 손꼽힌다. 한 포가 10~12g밖에 되지 않는다.
12g 밖에 안 되지만 커피믹스 한 포에는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 가치가 고루 담겨 있다. 
사실 고립된 상황에 처할 위험이 널려 있는 고산등반가들은 이런 영양학 정보보다 체력과 기력이 바닥났을 때 커피믹스 가루를 꿀꺽 삼키기만 해도 힘이 치솟는 경험들을 공유하고 있다. 체력과 기력이 되살아나고 무엇보다 의지가 샘솟는 듯한 기분을 느껴본 경험이 있는 것이다. 등반과 달리기를 결합한 울트라 달림이들도 짐을 엄청 줄여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는데 이런 때 커피믹스가 가장 확실하고 믿음이 가는 방책이 된다. 해서 알프스나 돌로미티, 네팔 히말라야 등에서 만난 외국 산악인들이나 네팔 세르파들도 모두 한국 커피믹스를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워주는 것이다.

칼로리와 영양소 듬뿍
극한 상황서 체온 유지

이번에도 비상식량 역할을 한 믹스커피는 칼로리가 높고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다.
국내 점유율이 높은 동서식품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 1개는 50kcal다. 또 나트륨 5mg, 지방 1.6g, 탄수화물 9g, 당류 6g, 포화지방 1.6g이 들어있다. 극한 상황에서 체온을 유지시킬 수 있는 칼로리와 영양소가 모두 들어있는 것이다.
경쟁사인 남양유업 프렌치카페 1개는 45kcal다. 나트륨 5mg, 탄수화물 8.0g, 당류 5.1g, 지방 1.5g, 포화지방 1.5g이 들어있다.
성인 남성의 경우 하루에 약 2000kcal를 섭취해야 하는데 커피믹스 40포를 섭취하면 필요열량을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인스탄트 커피가 원조
'스페셜티 커피'세계화

커피믹스의 원조 격인 인스턴트 커피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북군이 술 대신 지급하기 시작한 보급품에서 비롯됐다. 처음엔 액상 커피에 연유를 섞어 응고시켰다. 1차 대전 이후 열건조 커피와 냉동동결 제품이 차례로 등장했다. 그러나 막대형 봉지에 커피·크림·설탕을 넣을 생각은 못했다. 그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이 한국의 동서식품이었다. 1976년부터 개발에 들어가 1980년 첫선을 보였다. 1993년엔 기호에 따라 설탕 분량을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2007년 통계청 조사에서 ‘한국을 빛낸 발명품 10선’ 중 5위에 올랐다. 커피믹스의 성공을 본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도 모방 제품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예전에 어른들이 다방에서 즐기던 달달한 커피 맛을 언제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사실 커피믹스의 출발인데 지금은 세계인들이 스페셜티 커피란 이름으로 즐기고 있다. 2010년 후발주자 남양유업이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6개월 만에 해외 수출에 나서자 경쟁업체들이 모두 나서면서 12년 만에 일종의 케이 푸드가 됐다.
원두커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커피믹스 시장은 위축되고 있지만 아직도 한해 7천억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