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입건 소식에 온라인 옹호 여론

경찰 "증거물 분석·참고인 조사 종합해 판단"

(서울=연합뉴스) 송정은 김윤철 기자 =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이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사실이 알려지자 "구조작업에 최선을 다했는데 왜 처벌하느냐"는 옹호 여론이 일고 있다.

경찰은 지난 2일 소방당국에서 압수한 증거물 분석과 참고인 진술을 종합한 결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있는지 수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8일 소방재난본부 홈페이지를 보면 최 소방서장 입건 소식이 전해진 전날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그를 응원하는 글이 300건 넘게 올라왔다.

대부분 "일선에서 구조에 힘쓰며 고생한 분은 지켜줘야 한다", "소방서장은 누구보다 국민 앞에 먼저 나타나 현장을 지휘하고 국민에게 설명했다", "부족한 부분이 있을지언정 누가 감히 책임을 묻겠느냐", "소방서장은 직업적 책임을 다한 분이다" 등 수사가 부당하다는 내용이다.

특히 참사 직후인 지난달 30일 새벽 현장 브리핑에서 손을 떨면서도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간 모습이 기억에 남는 탓에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29)씨는 "참사 당시 방송에 구청장이나 경찰 고위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는데 소방서장이 밤새도록 브리핑하고 대응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며 "손까지 벌벌 떨리는 와중에 수습을 위해 힘썼는데 경찰청장과 나란히 입건돼 마치 같은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소방서장은 참사 발생 세 시간여 전인 오후 7시10분께부터 이태원 일대에 줄곧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태만과 늑장보고 등 총체적 부실대응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경찰 간부들과는 결이 다르다.

용산소방서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에게 제출한 '2022년 핼러윈 데이 소방안전대책' 자료에 따르면 최 소방서장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안전근무 책임관이었다.

소방서는 지난달 28일∼31일 나흘간 매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이태원119안전센터 등에 안전근무 인원을 배치했다. 최 소방서장은 현장에서 직원들을 격려하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 참사가 난 골목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그가 사고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첫 119 신고가 접수된 지 13분이 지난 오후 10시28분이다. 이태원119안전센터에서 사고가 발생한 골목 입구까지 직선거리는 불과 210m지만 당시 일대에 몰려든 인파 탓에 이동이 더뎠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소방당국이 112신고를 접수한 경찰로부터 공동대응을 요청받고도 인력투입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최 소방서장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사고 발생 이전 서울종합방재센터에 두 차례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참사 1시간38분 전인 오후 8시37분 "사람들이 많이 몰려 쓰러지고 통제가 안된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로부터 공동대응을 요청받은 소방당국은 부상자가 없는 사실을 확인하고 출동 중인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안내했다.

오후 9시1분에는 "인파가 너무 많아 대형사고 일보 직전이고 사람이 밀린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소방당국은 구급차가 필요한 상황이 아님을 확인하고 질서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2건 모두 소방당국이 도움을 요청한 경찰에 다시 일을 넘긴 모양새가 되는 바람에 참사 이후 법적 책임을 따지는 상황이 됐다.

특수본은 사고 직후 용산소방서 아닌 종로소방서 소속 구급차가 현장에 먼저 도착한 이유도 확인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지난 2일 용산소방서 상황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날은 최 소방서장 집무실을 찾아 영장을 제시하고 휴대전화와 업무수첩 등을 확보했다. 최 소방서장은 아직 경찰로부터 소환조사 일정을 통보받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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