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gwon'에 연간 수십조 쏟고도 교육지출 대비 노동생산성 OECD 꼴찌"

"경제 발전 견인한 교육, 앞으로는 걸림돌 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한국에서 국가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됐던 교육체계가 현대사회에 필요한 인력 공급에도 실패하고 청년층 정신건강까지 해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찬사를 보낼 만큼 한국은 국민의 교육열이 높고 선진국 기준으로도 최고 수준의 고등교육 이수율을 자랑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곪아 있다고 진단했다.

이 매체는 직업능력이 아닌 명문대 간판에 대한 집착부터 평생교육 부족, 10대의 극단적 선택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입시 중심 교육산업 등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이 매체는 특히 '학원'을 알파벳으로 그대로 옮긴 'hagw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과열된 한국 교육 산업을 상세히 소개했다.

한국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각종 통계와 국내 전문가들의 논평도 곁들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사교육비 총액은 23조4천억원으로 불어났다.

입시 준비 학원들의 월 수강료는 수십만 원이며 '영어유치원'이라고 불리는 유아 대상 학원 수강료가 대학 등록금의 5배 수준인 3천만 원을 넘는 곳도 있다.

교육 지출이 많은 데 비해 노동생산성은 낮고, 교육이 직업능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학생 1인당 교육지출 대비 근로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한국이 OECD 최하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아일랜드와 비교해 교육지출은 40% 많은데, 근로자 1인당 GDP는 오히려 60% 적다.

고졸-대졸자의 임금 격차 등으로 직업계고 졸업생들도 점점 취업보다 대학 진학을 선호하고, 대학 졸업자의 절반이 전공과 거의 무관한 일을 할 정도로 노동시장 수요와 직업능력 사이의 불일치가 심하다.

블룸버그는 OECD 보고서를 인용해 평생 직업과 열정 개발을 위한 학교보다는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을 우선시하는 '황금티켓 신드롬'이 하나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학생들이 직장에 들어간 직후부터 인지능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경쟁력과 자율성 결핍, 지속적 훈련 부족을 꼽는다.

블룸버그는 사교육 부담이 커지면서 출산율 저하와 청년층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지적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지난해 10대의 자살률은 전년보다 10.1% 높아졌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경제학자 반가운 연구원은 "한국은 '성공의 덫'에 걸려 있다"라며 "교육이 나라를 이만큼 이끄는 데 핵심 역할을 했지만, 이제 경제의 미래를 방해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