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차량 인기 판매 급증, 승용차 보다 높아 전방 사각지대…어린이 교통사고 속수무책

[뉴스진단]

전진 차량의한 사고 사망 아동, 후진 차의 2배
보행중 사고 사망 증가율 세단 41%

# 지난해 크리스마스 다음날 제네시 보두인은 부모님 댁 앞에서 SUV 차량을 옮기다가 바퀴 아래 무언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차에서 내리자 문 앞에 있던 아들이 여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비명을 질렀고, 차량 뒷바퀴에 끼어있는 딸아이를 발견했다. 보두인은 2살난 딸 브릴리를 가족들이 모여있는 거실에 두고 나왔지만, 차량 사각지대에 시야가 가려져 시동을 거는 동안 아이가 따라 나와 차 앞에 서 있는 것을 미처 보지 못했다. 브릴리는 병원으로 이송된 후 2시간 만에 사망했다. 보두인은 차에 후방 카메리가 있었지만 차량이 전진했기 때문에 아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며 단 몇초만에 딸 아이의 운명이 뒤바뀌었다고 고개를 떨궜다.

미국 내 대형 차량이 인기를 끌면서 상대적으로 보행 중 교통사고가 증가, 특히 아이들의 희생이 늘고 있다. 

최근  NBC 뉴스의 연방 충돌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미국 공공 도로에서 전진하는 차량에 치여 사망한 어린이는 약 64명이다. 매체는 지난 13년간 아이들이 후진 차량보다 전진차량에 충돌해 사망한 사례가 두 배 이상 많다고 밝혔다.

또 최근 5년간 전진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사망자는 증가했지만 후진 차량 사고는 상대적으로 변동이 없었다.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어린이 744명이 차도와 주차장에서 SUV나 픽업트럭에 치여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SUV 보급대수 증가가 지적되고 있다. 워싱턴 소재 정책연구소인 어반랜드 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10년 미국 대형차량 판매량 점유율은 2012년 47%로 다소 하락했다가 지속 증가세로 돌아서 2020년 74%까지 성장했다.

SUV에 의한 사고 발생 위험성은 더 직접적인 통계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미국의 정부정책 관련 매거진인 가버닝의 자료에 따르면, 세단의 경우 2009년 대비 2016년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 증가율이 41%인 반면 SUV는 81%로 약 2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SUV는 어떤 경우에 더 위험한 것일까.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에서 2010~2018년의 미국 내 보행자 사고를 분석한 결과, 교차로 사고에서 좌회전 또는 우회전을 할 때 대형 차량(SUV)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SUV가 교차로 회전을 할 경우, 세단형 승용 차량이 직진하는 경우 보다 좌회전 시 22.7~93.6%, 우회전 시는 0~63.4%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원인은 SUV의 차량 전고가 세단형 승용차보다 더 높아 운전자가 차량에 근접한 보행자 등을 발견하기 어려운 점이 주된 이유로 꼽았다.

안전 전문가들은 사고 예방을 위해 전면 카메라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미국에 판매되는 신차에는 후방 시야 확보를 위한 후방 카메라가 요구되지만 전방 사각지대에 대한 규정은 없다.

매체는 일부 고급 차량에만 전면 카메라 또는 장애물 감지 및 사고 예방이 가능한 전면 센서가 제공된다고 지적했다.

캘리블루북의 브라이언 무디 편집장은 "미국인들은 SUV와 트럭을 선호한다"며 "차량이 더 크고 무거울수록 전방 시야가 제한돼 그만큼 사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