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독감·RSV 동시 유행…유럽 보건당국 "급속도 확산"

소아과 병상 부족 심각…각국 당국, 백신접종 독려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 독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하는 '트리플데믹'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AP·dpa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보건담당 집행위원,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역 국장,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ECDC) 소장 등 유럽 보건 당국 수장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트리플데믹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스텔리 키리아키데스 집행위원과 한스 헨리 클루게 국장, 안드레아 아몬 소장은 "독감과 RSV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며 "올겨울 코로나19와 함께 우리 보건 서비스와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0월부터 최소 20개국에서 RSV 유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A·B형 독감이 최근 연령대를 불문하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독일 중환자실협회 DIVI도 이날 RSV 등 호흡기 감염병 확산과 의료시설 인력 부족으로 특히 어린이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DIVI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전국적으로 100개 남짓한 소아과 병상만 비어있는 상황이며 빈 병상을 찾아 병원을 옮겨 다니느라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

드레스덴 대학병원 소아과 중환자실 실장 제바스티안 브렌네르는 "상황은 오는 며칠, 일주일 안에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프랑스와 스위스 등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다행히 RSV 확산이 최근 다소 주춤하지만, 독감 환자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역시 소아과 병상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미 보건복지부 데이터에 따르면 RSV 유행으로 11월 초 한때 소아과 병상 가동률이 77%에 달했다가, 현재는 73% 수준으로 완화됐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성년자 입원율은 11월 셋째 주 전주 대비 3분의 1로 줄어 10만 명당 10.6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보고된 독감 감염률은 지난 한 달간 2배 이상 증가했고, 입원율은 어린이 10만 명당 13명 수준으로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칠드런스메모리얼헤르만병원 소아감염전문의 마이클 창은 "최악의 RSV 확산 시기를 넘겨 크리스마스와 새해에는 진정한 '트리플데믹'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독감과 코로나 변이 확산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각국에서 코로나19 방역지침이 완화되기 시작한 터라 아이들이 감염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어린이들은 지난 수년간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로 바이러스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만큼 자연 발생 면역력이 크게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AP 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팬데믹 방역 완화는 곧 RSV가 상당수의 유아 및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아이들의 면역력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보건 당국은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한편 기본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해 달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유럽 보건 당국 수장들은 "올겨울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비롯한 대응책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주변인들과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도 다시금 강조했다.

독일 보건복지부는 이날 소아과에 간호 인력을 충원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소아과 병동에 6억 유로(약 8천200억원)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acui7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