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형 집행 일주일만…사법부 "보안군 살해·이슬람 부정한 죄"

(테헤란·서울=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유한주 기자 = 이란 사법부가 국제 사회의 거센 비판에도 사형 선고를 받은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두 번째 형을 집행했다.

12일(현지시간)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 통신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사형 선고를 받은 마지드레자 라흐나바드(23)에 대한 형이 이날 집행됐다.

라흐나바드는 지난달 17일 동부 도시 마슈하드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고, 진압에 나선 보안군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사법부는 라흐나바드가 흉기를 휘둘러 보안군 2명을 살해하고 4명을 다치게 했다면서 그가 '모하레베'(알라의 적·이슬람을 부정하는 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라흐나바드에 대한 형 집행은 마슈하드 도심 거리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졌다.

미잔 통신은 밧줄에 묶여 크레인에 매달려 숨진 라흐나바드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그대로 보도했다.

라흐나바드는 지난달 19일 출국하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는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첫 사형이 집행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집행된 두 번째 형이다.

사법부는 지난달 13일 반정부 시위대 관련자에게 처음으로 사형을 선고한 데 이어 이달 8일 시위 참가자 모센 셰카리(23)에 대한 형을 집행했다.

당시 사법부는 셰카리가 테헤란의 한 도로를 점거하고 보안군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란 사법부의 첫 사형 집행 소식에 안팎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유럽연합(EU) 외교부 격인 대외관계청(EEAS)은 "이란 당국은 사형 판결 및 향후 추가적인 사형 집행을 삼가고, 사형제도 전면 폐지를 위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며 강력히 규탄했다.

국제앰네스티도 "유죄 판결을 받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사형 집행은 이란 사법 체계의 비인간성을 드러낸다"고 날을 세웠다.

AFP 통신은 라흐나바드의 공개처형 소식을 전하면서 강경한 시위 진압과 사형 집행에 대한 국제 사회 우려를 이란 정부는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AP 통신은 라흐나바드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마슈하드 혁명 법원이 재판을 받는 사람이 변호사를 직접 선임하지 못하게 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열람할 수 없게 해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는 곳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이란에서는 지난 9월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이후 반정부 시위가 석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 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 등에 따르면 이란 당국의 유혈 진압 과정에서 지금까지 최소 488명이 숨졌고 구금된 시위 참가자는 1만8천200명에 달한다.

중도·개혁 성향 신문인 에테마드는 지난 10일 사법부 관계자를 인용해 향후 시위대 24명에 대한 사형이 예정돼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제 앰네스티도 최근 이란 고위 경찰의 서명을 받은 문서를 입수했다면서 해당 문서에는 수감자에 대한 사형을 가능한 한 빨리 집행할 것과 보안군에 대한 위로 차원에서 형을 공개적으로 집행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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