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유승민 때리기' 집중…劉 "배후에 尹대통령" 직격하며 '강 대 강'

김기현·장제원 나란히 포럼 참석하며 연대 움직임 속 친윤 '교통정리'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국민의힘이 차기 당대표 선거를 '당원투표 100%'로 치르기 위한 룰 변경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가운데, 당내에서 찬반양론이 거세게 충돌하고 있다.

비윤(비윤석열)계는 룰 변경에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담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며 반발을 이어갔고, 친윤(친윤석열)계는 비판을 주도하는 유승민 전 의원을 향한 공격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차기 총선을 1년 4개월여이나 앞둔 시점에서 전당대회 룰 개정을 계기로 당내 계파 갈등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비윤계 대표 격인 유 전 의원은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페이스북엔 언론 인터뷰 일정까지 공개하며 룰 개정 반대 '여론전'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오후엔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이 막장 드라마 배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신다"고 주장하고, 새로 도입된 '결선투표'에 대해선 "윤핵관들이 똘똘 뭉쳐서 저를 떨어뜨리고 윤핵관 대표를 세우려고 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하태경 의원도 불교방송 인터뷰에서 "(전대 룰 개정은) 우리 당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며 "전대 룰을 갑자기 바꾸면서 유 전 의원만 많이 띄워주는 것 같다. 정치 본질은 핍박받고 공격받는 사람이 오히려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반면 '당심(黨心) 100%' 룰 개정을 주도한 친윤계는 유 전 의원을 향한 날 선 발언을 퍼부었다.

친윤계 재선 이철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원들의 마음을 사지 못하고 당원들의 표심이 본인에게서 멀어져 있다고 생각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나올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유 전 의원을 겨냥했다.

친윤계 초선 유상범 의원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이 승리하지 않으면 승복하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고 꼬집었다. 유 전 의원이 지난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김은혜 전 의원에게 패했던 일을 거론한 것이다.

현재 물망에 오른 당권주자 중 전대 룰 찬성 쪽엔 권성동·김기현·조경태 의원이, 반대쪽엔 유 전 의원을 비롯해 안철수·윤상현 의원이 서 있다.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의원의 경우 당초 전대 룰 개정에 반대하는 걸로 알려졌지만, 이날 YTN 인터뷰에서 "이미 결정된 이상 룰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그러면서 일부 주자를 겨냥, "대통령과 대화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것 같아서 '윤심팔이'가 좀 심하다는 생각을 한다"며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룰 변경에 '윤심'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커지면서 난립한 친윤 주자들 사이 '교통정리'가 어떻게 될지가 주목된다.

당 안팎에선 친윤계 표심을 한곳으로 모으기 위해 권성동·김기현·나경원 등 친윤계 주자들이 1월 후보 등록을 전후로 단일대오를 형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친윤 후보가 여럿 나와 결선투표까지 가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유상범 의원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 우열이 정해진다면 단일화를 하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연대 움직임으로 해석될 만한 장면도 포착됐다.

친윤계 주자 김기현 의원과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은 이날 오후 장 의원이 주도하는 경남혁신포럼에 나란히 등장했다.

이른바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올 전망이다.

장 의원은 포럼에서 울산시장·4선 의원·원내대표 등 김 의원의 경력을 치켜세우며 "투쟁력과 전략을 동시에 가진 분"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축사에서 장 의원에 대해 "제가 봐도 정말 대통령이 신뢰하는 분", "처음에는 (당이) 조금 삐걱했지만, 장 의원이 나타나니까 싹 정리됐다" 등으로 화답했다.

wi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