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부대 "삭제 불가…합참에 지시하라" 답변

檢, 이르면 이번 주 '첩보 삭제' 박지원 등 기소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박재현 조다운 기자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고(故) 이대준씨 피살 당일부터 군 내부에서 관련 첩보 삭제 방안이 논의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2020년 9월 22일 오후 10시 44분께 첩보부대 777사령부가 이씨의 피살·시신 소각 관련 첩보를 인지해 보고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인지·보고 약 1시간 뒤인 오후 11시 58분께 "관련 첩보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부대 관계자 진술을 확보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씨 피살 이튿날인 9월 23일 오전 1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첩보 삭제' 지시가 이뤄졌고, 이에 서욱 전 국방장관이 국방부 차원에서 첩보를 삭제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1시간가량 앞선 시점에 일선 부대에서 첩보 삭제가 논의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777사령부는 북한군 통신을 감청해 확보한 정보를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에 탑재해 한미연합사령부·합동참모본부·국방부 등에 공급하는 부대다.

777사령부는 해당 지시에 "우리 부대에는 첩보를 삭제하는 기능이 없다. 합참에서 삭제해야 한다"며 첩보를 지우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팀은 일단 국방부 차원의 '공식 지시'라기 보다는 '내부 논의'에 가깝다는 데 무게를 두고 이러한 논의에 서 전 실장, 서 전 장관이 관여했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사건을 은폐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서 전 실장을 구속기소 했다. 이어 연내 수사 마무리를 목표로 이르면 이번 주 서 전 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첩보 삭제' 혐의를 받는 이들도 추가로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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