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난해 방문했던 여성 6명의 DNA 대조군 국과수로 보내

(고양=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이기영(31)의 거주지에서 발견된 혈흔의 신원 확인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지난해 이씨의 경기 파주시 거주지를 방문했던 여성 6명의 DNA(유전자) 대조군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국과수는 이기영 거주지에서 확보한 혈흔과 머리카락 등에서 여성 3명, 남성 1명의 DNA가 검출됐다는 내용의 회신을 한 바 있다.

이 중 혈흔에서 나온 DNA는 여성 2명의 것이었다.

혈흔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은 숨진 동거녀, 동거녀의 지인, 또 다른 지인, 현재 여자친구, 청소 도우미, 이기영의 모친에게서 채취한 DNA 대조군을 국과수에 보냈다.

숨진 동거녀의 경우 아직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친오빠의 DNA를 채취해 국과수에 제출했다. 다만 남매의 경우 DNA가 100%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동거녀의 지인은 지난해 4월 이 집을 방문했다가 이씨와 몸싸움을 했었고, 112에 신고도 됐었다. 이때 이기영이 이 여성의 손가락을 깨물어서 피가 났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6명은 숨진 동거녀를 제외하면 현재 모두 무사하고 범죄 피해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 상태다.

국과수 감식 결과 확보된 DNA와 대조군이 일치해 신원이 확인되면 추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이 확실해지지만, 신원이 확인되지 않으면 일말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

전날 검찰로 사건을 송치한 경찰은 시신 수색 작업을 이어간다.

이기영이 동거녀의 시신 유기 방법과 관련한 진술을 번복하면서 지목한 파주시 공릉천변의 한 지점에서 이틀간 굴착기와 수색견 등을 투입해 집중 수색이 이뤄졌으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날부터 수색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범행일 이후 파주지역에 200㎜가 넘는 집중 호우가 쏟아졌던 터라 시신 유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 유기가 4개월여 전에 이뤄져 피의자의 진술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으나, 당시 이기영의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사건 수사 마무리와 별개로 피해자의 시신을 찾기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7∼8일 파주시 집에서 집주인이자 동거하던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공릉천변에 유기하고, 지난해 12월 20일에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접촉사고가 난 60대 택시 기사를 합의금을 준다며 집으로 데려와 살해한 뒤 시신을 옷장에 숨긴 혐의로 구속됐다.

범행 직후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실행해 약 7천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는다.

적용된 죄명은 강도살인 및 살인, 사체 유기, 사체 은닉,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등이다.

프로파일러들을 투입해 이씨에 대해 진행 중인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su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