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위 부위원장 사의표명 직후 지역구·黨 행사 참석

출마 여부에는 "고심 중"…"사의수용 시점·형태, 지지율에 달려" 관측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김철선 박형빈 기자 =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내려놓자마자 공개 활동에 나서면서 그의 당권 도전 여부를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은 11일 자신의 지역구 내 동작구청 신년인사회에 이어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와 충청향우회를 찾았다. 오는 12일에도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이날 저출산위 부위원장직 사의 표명의 직접적 원인이 된 '대출 탕감' 저출산 해법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홍준표 (전) 대표가 전당대회 때 나와서 얘기한 제도"라며 대통령실과 당내 일각에서 자신을 향해 쏟아진 비판에 적극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인 나경원으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왔다.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건배사로 외친 "절대 화합"도 이목을 끌었다. 나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우리 모두 절대 화합, 절대 단합, 일치단결해서 내년 총선승리를 반드시 이루자"고 말했다.

최근 친윤계 의원들로부터 전당대회 불출마 압박을 받는 상황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나 전 의원의 한 측근은 통화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 직을 내려놨고, 현 상태에서는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다"며 "이대로 주저앉는다면 정치인으로서 다음 스텝은 없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출마 쪽에 무게를 실었다.

나 전 의원은 당 지도부와 당권주자들이 총집결한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주자 중 한 사람으로 소개를 받았다. 그는 지지자들이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내자 손을 흔들며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다만 거취 문제나 향후 행보에 관한 질문에는 "많은 고민을 더 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이런 발언 기조에 다른 해석도 뒤따랐다.

대통령실과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용산과 물밑으로 소통하며 일종의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당의 화합을 위해 스스로 거취를 정리하겠다는 해석도 없지 않다. 신년인사회에서 "절대 화합"을 강조한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사의에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 등이 이런 해석의 정황 근거로 거론된다.

양측 사정에 정통한 한 여권 인사는 통화에서 "모두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며 "나 전 의원은 이번 사태를 '해프닝' 정도로 수습하고 후일을 도모할 평정심을 되찾을 시간이 필요하고, 대통령실은 전당대회에 개입한다는 식의 여론 오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소간의 시차를 두고 문제를 풀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오는 14일부터 6박 8일간 순방을 떠나고 직후에는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되는 만큼 다음 달 초 당 대표 후보 등록까지 양측 모두에 '선택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설 명절 전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 전 의원 측은 "결국 공은 용산으로 넘어간 것"이라며 "대통령실에서 나 전 의원의 사의를 수용하는 시점과 형태, 또 그사이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길리서치가 지난 7∼9일 전국 성인 1천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차기 당 대표 주자 선호도(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포인트·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나 전 의원이 30.7%로 가장 높았고, 김기현 의원(18.8%), 유승민 전 의원(14.6%), 안철수 의원(13.9%) 등이 뒤를 이었다.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