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까지 진동 느껴져…눈발·어둠 속 구조작업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평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 3차례나 강한 진동이 있었다"

6일(현지시간) 진도 7.8의 대형 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터키) 동남부 가지안테프 주민 에르뎀 씨는 이날 새벽 상황에 대해 로이터 통신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지금은 차 안에 있거나 건물에서 멀리 떨어져 열린 공간으로 이동했다"며 "아마 지금 가지안테프에서 집 안에 있는 사람은 1명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국에서 사망자가 360명을 넘어서고 부상자도 수백 명이 넘으면서 병원 응급실이 환자들로 가득 찼다고 의료 관계자들이 전했다.

시리아 국영TV는 시민들에게 차를 이용해 부상자를 병원으로 후송해달라고 요청했다.

튀르키예 적신월사 (적십자에 대응하는 이슬람권 구호기구) 케렘 키닉 대표는 "우려하던 곳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심각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며 헌혈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시리아 민방위단체 '하얀 헬멧'은 "모든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갇혔다"면서 현재 상황을 "재앙"이라고 묘사했다. 이들은 또 주민들에게 건물에서 빠져나와 열린 공간에 모여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지진은 튀르키예 남동부뿐만 아니라 중부 수도 앙카라, 멀게는 이집트 카이로까지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강력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진앙 주변인 가지안테프에서 약 250㎞ 떨어진 디야르바키르에서도 진동이 1분간 이어졌고, 건물 유리창이 모두 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 나라인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도 건물이 흔들리면서 주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다마스쿠스 주민 사메르 씨는 "벽에 걸린 그림이 떨어졌다"며 "무서워서 잠에서 깬 뒤 옷을 입고 문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도 1분 가까이 땅이 흔들렸다는 목격담이 잇따랐으며, 주민들이 집에서 나와 거리로 대피하거나 차를 몰고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이번 지진은 중동 지역 곳곳에 눈이 오는 가운데 발생했다.

튀르키예 현지 방송에서는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잠옷 차림의 주민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진행되는 구조 작업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모습이 나왔다.

구조대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 임시로 설치한 조명에 의지해 철근과 벽돌 사이를 뒤지고 있었으며, 이들은 매몰된 이들의 인기척이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숨소리를 죽인 채 긴장한 모습이었다.

술레이만 소을루 튀르키예 내무장관은 "무너진 건물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에 대해선 붕괴 위험이 있으나 손상된 건물에 들어가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현지 지진 전문가들은 치명적인 홍수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지역 댐의 균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쓰나미 위험을 평가 중이라고 밝혔다.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