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간 3대 걸쳐 검사장 맡은 유력 가문 출신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부인과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법조 명문가 출신 변호사가 2일 재판에서 유죄평결을 받았다.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은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콜레턴 카운티 소재 제14구역 지방법원에서 배심원단이 앨릭 머독(54)에게 유죄평결을 내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사건 재판은 6주간 열렸으나, 배심원 12명이 평의에 들어간 후 평결을 내리는 데는 3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머독은 2021년 6월 7일 저녁 아내 매기(52)와 막내아들 폴(22)을 가족이 사는 저택의 개집 근처에서 총으로 쏘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 왔다.

검찰은 재판에서 머독이 일련의 금융범죄 사건으로 재판을 받으며 궁지에 몰리자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가족을 희생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독은 로펌과 의뢰인들로부터 막대한 금액을 횡령하는 등 십여 건의 경제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맏아들이 1천만 달러(130억4천만원)의 보험금을 타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보험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머독은 수십 년간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에 중독돼 약값을 충당하고 화려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횡령 등을 저질렀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머독의 변호인은 즉각 재판 무효를 선언해 달라고 재판장인 클리프턴 뉴먼 판사에게 요청했으나, 뉴먼 판사는 "배심원단이 증거를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검토했으며, 유죄의 증거가 압도적"이라며 요청을 즉석에서 기각했다.

머독은 경찰 조사에서 사건이 발생한 날 다른 곳에 있었다며 알리바이를 제시했지만 폐쇄회로TV(CCTV)에 사건 직전 인근에 있었다는 사실이 들통나자 허위 진술했다고 자백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배심원단 대표가 평결문을 낭독하는 동안 머독은 담담한 듯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죄 평결에 따른 형 선고는 3일 오전에 이뤄질 예정이다.

머독은 2건의 살인 혐의에 대해 징역 30년 형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머독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남부의 유력 법조 가문 출신인데다 그도 전도유망한 법조인이어서 그가 가족을 총으로 쏴 죽였다는 내용은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목을 끌었다.

머독의 집안 내력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그의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는 1920년부터 2006년까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제14구역 검사장을 3대에 걸쳐 연속해서 맡았다. 이 직위는 관할 구역 5개 카운티 주민의 투표로 뽑히는 선출직이다.

이번 사건은 명문가 출신 변호사가 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는 점뿐만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다른 의혹들이 잇달아 드러나 미국 사회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살해당한 막내아들 폴 머독도 2019년 일어난 다른 살인사건에 연루됐으며 이를 덮기 위해 머독 가문이 백방으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또 2018년 머독 집안에서 일하던 가사도우미도 사망했는데, 그 죽음에도 수상쩍은 부분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고인 이름의 영문 철자가 'Alex Murdaugh'이고 철자상으로는 마치 '앨릭스 머도'라고 발음될 것 같지만, 본인, 변호인, 검사 등 재판 관계자들과 현지인들이 모두 이를 '앨릭 머독'이라고 발음하는 점도 소셜 미디어와 방송 등에서 화제가 됐다.

이는 옛날 방식 철자와 발음을 따른 것이라는 해설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를 둘러싼 무수한 의혹은 넷플릭스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limhwas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