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간 연관성 확인 안돼…감염원·접촉자 역학조사 중

당국 "대규모 전파 가능성 낮아"…관심→주의 경보 상향 논의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국내 엠폭스(원숭이두창) 확진자가 2명 추가돼 총 8명으로 늘었다. 6번째 확진자에 이어 신규 확진자들도 해외여행력이 없어 국내 감염으로 추정된다.

12일 질병관리청은 국내에서 7번째, 8번째 엠폭스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두 확진자 모두 서울에 거주하는 내국인으로, 최초 증상 발현 전 3주 이내에 해외 여행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7번째 환자는 지난 10일 발열 등 전신증상과 피부병변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내국인으로, 의료기관이 엠폭스 감염을 의심해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으로 나왔다.

8번째 환자의 경우 11일 오한과 피부병변이 나타나 보건소에 스스로 신고한 뒤 유전자 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다.

질병청은 두 확진자 모두 첫 증상 발생 전 3주 이내에 국내에서 밀접접촉이 있었음이 확인됐으며, 현재까지 사례간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이들은 모두 격리병상에서 입원 치료 중이며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태라고 질병청은 전했다. 당국은 이들의 감염원 및 접촉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7일 역시 해외여행력이 없는 전남 거주자가 국내 6번째 엠폭스 확진자이자 첫 지역사회 감염 추정자로 확인된 바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6번째 환자 역시 증상 전 3주 이내 국내에서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밀접접촉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현재까지 이 확진자의 접촉자는 총 36명(고위험 3명, 중위험 23명, 저위험 10명)이며, 현재까지 접촉자 중 의심증상 보고는 없었다. 중위험 이상 접촉자 중 희망자에 대해 선제검사를 한 결과 지금까지 2명이 검사를 받아 음성으로 확인됐다.

엠폭스는 발열, 발진, 두통, 근육통 등을 동반하는 감염병으로,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이었다가 지난해 5월 무렵부터 세계 각국으로 확산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 첫 확진자가 나왔으며, 5번째 환자까지는 모두 해외유입 또는 관련 환자였다.

최근 며칠 사이 국내 감염 추정 사례가 잇따라 나옴에 따라 당국은 이번 주내로 위기평가회의 등을 거쳐 엠폭스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하는 것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첫 확진자 발생 직후 경보를 주의로 상향했다가 지난 2월 8개월 만에 관심으로 다시 하향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총 110개국에서 8만6천930명(4월 11일 기준)이 엠폭스에 확진돼 116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성별이 확인된 확진자 중 96.4%가 남성이다.

세계적으로는 확진자가 감소 추세지만, 아시아 지역 발생은 올해 들어 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작년엔 8명의 확진자가 나왔으나 올해는 11일까지 98명이 보고됐는데 이중 97명이 자국내 발생으로 추정된다. 대만에서도 지역사회감염을 포함해 올해 2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질병청은 엠폭스는 밀접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특성상 일반 인구집단에서의 대규모 전파 가능성은 낮다며, 지나친 우려와 불안보다는 예방수칙 준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엠폭스 백신 5천 명분을 도입해 필수의료진 등에 접종했고, 지난해 7월 치료제 504명분을 도입해 전국에 공급한 바 있다. 치료제는 상황에 따라 추가 구매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방역당국은 모르는 사람과의 밀접접촉(피부·성 접촉)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아울러 엠폭스 발생국가 방문력이나 의심환자 밀접접촉 등의 위험요인과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 질병청 콜센터(☎1339)로 상담하라고 말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엠폭스는 현재 방역대응 역량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라며 "백신, 치료제, 진단 역량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으므로 의심증상이 있으면 가까운 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서 진료, 검사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