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청바지 입고 주민, 방문객과 다과 나누며 축하 현판식

"문화공간·사랑방·지역경제 도움 되길"…26일부터 책방지기로 직접 근무

수익은 마을 주민·책 보내기 등에 써…주민 "마을 활력 살아나길"

(양산=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책의 힘을 믿습니다. 책은 더디더라도 세상을 바꿔 나간다고 믿습니다. 문재인'

25일 오후 현판식을 한 '평산책방' 소개 팸플릿에 적힌 글이다.

문 전 대통령 퇴임 1주년을 보름여 앞두고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작은 책방이 생겼다.

문 전 대통령이 사비를 들여 만든 '평산책방'이 이날 오후 5시 현판식과 함께 문을 열었다.

청바지에 짙은 푸른색 재킷 차림 문 전 대통령과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김정숙 여사가 마을 사람들과 함께 '평산책방' 현판을 달았다.

참석자들은 책방 건물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며 박수와 함께 '평산책방 화이팅'을 외쳤다.

문 전 대통령은 현판식을 하면서 "오래 기다렸는데 드디어 책방이 문을 열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평산책방이 우리 평산마을, 지산리 주민들의 문화공간이 되고 사랑방이 되고 또 더 욕심을 부려 평산마을, 지산리의 명소이자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자랑거리가 되길 기대한다"며 "그런 기대를 가지고 준비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소회를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시작이 절반이라고 했고, 많은 분이 함께 해줬다"며 "이 모든 것에 감사드리며 다 함께 마음을 모아 평산책방을 멋있게 성공시켜보자"고 주민들에게 제안했다.

문 전 대통령은 현판식과 함께 SNS에 자신을 '책방지기'로 소개하며 개업 글을 올렸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책방이 문을 열었습니다. 마을주민들과 함께 현판을 달고, 개업 떡 돌리고 막걸리 한잔으로 자축했습니다. 단풍나무와 황금회화나무 한 그루씩을 기념으로 미리 심어두었습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책방 수익은 전액 '재단법인 평산책방'에 귀속되고 이익이 남으면 평산마을, 지산리, 그리고 하북면 주민들을 위한 사업과 책 보내기 같은 공익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평산책방은 책에 애착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문 전 대통령이 저자와 독자가 만나 토론하는 공간, 마을 주민이 휴식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만든 동네 서점이다.

현판식과 함께 법인 목적에 책 판매 등을 추가하는 법인 정관변경 승인 절차가 끝나 26일부터 책방 영업을 한다.

책방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월요일은 쉰다.

문 전 대통령이 내일부터 직접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정해 책방지기로 일할 것으로 알려졌다.

평산책방은 책을 파는 서점 역할과 함께 도서관 역할을 한다.

문 전 대통령이 소장한 책 1천권을 시작으로 기증 도서와 신간을 더 도서관을 함께 운영한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이웃집 단독주택을 8억5천만원에 매입했다.

사저에서 걸어서 금방인 경호구역(사저 반경 300m) 내 1층짜리 건물이다.

사방이 트여 있어 볕이 잘 드는 마당 딸린 주택이다.

지난 2월 초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으로 현판식까지 석 달 정도 걸렸다.

책방 건물은 베이지색 타일, 하얀색 외벽, 기둥으로 마감하고 창문을 크게 내 밝은 분위기를 낸다.

지붕 일부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바깥 대문 쪽, 책방 건물 출입구에는 '평산책방' 간판이 달렸다.

이철수 판화가가 간판 디자인을 했다.

마당은 크게 넓지는 않지만, 저자와의 대화 등 책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크게 무리는 없어 보인다.

내부는 여느 책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꽂이, 서가(書架)마다 많은 책이 가지런히 꽂혀 있거나 정리되어 있다.

평산마을 주민 신한균 사기장은 "개업을 걱정하는 마을 주민도 있지만, 주민 대부분이 환영한다"며 "평산마을에 젊은 사람이 거의 없는데 마을에 활력이 살아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단법인 평산책방'과 마을 주민들이 참여한 운영위원회가 책방을 운영한다.

재단법인 평산책방은 지난해 12월 28일 울산지법 양산등기소에 법인 등기를 했다.

이 법인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책, 책방, 도서관 문화를 확산하고 문화예술과 관련된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시인 안도현, 시인 출신으로 문 전 대통령 재임 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한 도종환 국회의원 등 문학계 인사들이 이사로 참여한다.

seaman@yna.co.kr